`국산신약`의 잇단 수난..장래성 있나?

동화 `밀리칸` 시장성 없어 철수..2번째 사례
대부분 신약 성적표 기대 이하.."시행착오 과정"
  • 등록 2012-01-17 오전 11:20:00

    수정 2012-01-17 오전 11:2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동화약품(000020)이 개발한 국산신약이 국내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또 하나의 국산신약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신약 개발`의 상징성에 만족했던 초창기 국산신약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들어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국산신약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7년 국산신약 3호로 허가받은 동화약품의 '밀리칸'이 시장성이 없다는 국내 시판허가를 자진 취하했다. 밀리칸은 당초 3상임상시험을 완료하는 조건부로 허가를 받았지만 임상시험 과정에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 회사 측이 임상을 포기하고 시장철수를 결정했다.

국산신약중 CJ제일제당(097950)의 `슈도박신`에 이어 두 번째로 시장에 철수한 셈이다. 슈도박신은 당초 조건부로 승인받을 당시 약속했던 임상시험을 완료하지 못해 지난 2009년 허가를 자진 취하한 바 있다.

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철수한 이들 제품 이외에도 국산신약들의 시장 평가는 냉담한 수준이다.

지난 2003년까지 등장한 초창기 신약인 SK케미칼(006120)의 '선플라', JW중외제약(001060)의 '큐록신', LG생명과학(068870)의 '팩티브', 구주제약의 '아피톡신', 종근당(001630)의 '캄토벨' 등은 모두 연매출이 20억원 미만일 정도로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이중 총 개발비용 3000억원을 투자한 '팩티브'는 국산신약 최초로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았지만 지난 2010년 국내 청구실적은 17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 2005년 이후 소위 '돈 되는 신약'이라는 조명을 받고 등장한 신약들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2005년 국산신약 9호로 허가받은 유한양행의 항궤양제 '레바넥스'는 지난 2008년 174억원의 매출로 가능성을 보이다가 지난 2010년 8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광약품의 B형간염치료제 '레보비르' 역시 한때 연 매출 200억원 정도를 기록하다 근육병 부작용 이슈 이후 매출은 급감하고 있다. 최근 간학회의 1차치료제 사용제한으로 시장에서는 외면당할 처지다.

대원제약의 골관절염치료제 '펠루비', SK케미칼의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 등도 치열한 시장경쟁을 뚫지 못하고 미미한 매출 실적을 기록중이다.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정도만이 200억원대의 매출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국산신약의 자존심을 세우는 형국이다.

그나마 최근에는 높은 시장성이 기대되는 신약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발매한 보령제약(003850)의 고혈압약 '카나브'는 발매 첫해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허가받은 JW중외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제피드'와 일양약품의 백혈병치료제 '슈펙트'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제품이다.

국산신약으로 등록되지는 않았지만 녹십자, 동아제약 등은 자체개발한 천연물신약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을 공략중이다.

유한양행의 '레바넥스', 일양약품의 '놀텍', SK케미칼의 '엠빅스' 등 현재 시장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신약들도 복합제 개발, 해외시장 진출, 제형 변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는 미국 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무는 "과거에는 신약개발이라는 상징성에만 초점을 맞춰 내놓은 제품들이 많아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면서도 "최근에는 과거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마케팅과 접목한 R&D투자,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R&D전략 등의 활성화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국산신약의 등장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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