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월가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해법 중 하나로 `공매도(Short-Selling) 금지`를 내 놨다. 영국 등 유럽 주요국과 아시아권 국가들까지 일제히 나서 반(反)공매도 연대를 형성하는 추세다.
이와함께 70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결정한 미 정부가 외국 금융사는 구제할지언정 헤지펀드는 도와줄 수 없다고 선포했다. 금융시장 혼돈시 종종 주범으로 몰리곤 했던 헤지펀드가 또 다시 공공의 적으로 등극하는 순간이다.
◇ 공매 금지 전 세계로 확산..헤지펀드 겨냥
지난 주 영국 금융청이 가장 먼저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린데 이어 미국도 공매도 금지 조치를 강화했다. 내달 2일까지 799개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를 일절 금지키로 결정했다.
공매도란 빌린 주식을 높은 가격에 매각한 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되사서 갚는 금융기법을 가리킨다. 주식 매수 등에 대한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혹은 약세장에서 이익을 내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크게 떨어질수록 차익이 커진다는 점에서 최근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시장 낙폭을 키웠다는 의심과 함께 대대적인 위기 속에 `비도덕적`으로 이익을 얻었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 헤지펀드 "우리가 샌드백이니?"
헤지펀드를 겨냥한 전방위적인 공격에 업계는 볼이 퉁퉁 부었다. 월가 위기의 주범이 따로 있는데도 자신들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영국 펀드업계는 금융청에 대한 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짐 케노스 사설투자회사연합(CPIC) 회장은 "당국은 잘못된 믿음에 근거해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며 "은행과 증권사 CEO들이 엄청난 돈을 가져가고 회사를 위기에 몰아넣었음에도 헤지펀드와 공매자들이 불공정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 역시 "헤지펀드를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진짜 범인들은 느슨하게 대출을 해 준 은행들과 무책임하게 대출을 패키징한 IB(투자은행)들, 그리고 문제를 일찌감치 알아채지 못한 당국"이라고 비난했다.
◇ 월가위기 다음 타자는 `헤지펀드`?
전 세계적인 공매 금지 물결로 인해 헤지펀드의 입지가 좁아졌다. 그러나 공매 금지에 따른 충격과 손실 규모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지난 금요일 주가가 폭등해 갑작스런 포지션 청산에 따른 손실이 컸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만약 골드만삭스와 주요 브로커들이 파산한다면 그 다음 순서는 헤지펀드가 될 것"이라며 "헤지펀드의 비즈니스 모델이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공매도 금지에 따른 업계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최근 금융주 주가 급락 과정에서 이미 대부분의 헤지펀드가 포지션을 청산했다는 분석이 그 근거다.
이에 따라 공매도 금지의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각 국 감독당국이 `이미 빈 곳간의 문을 닫아 버린 격`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헤지펀드 업계가 새로운 규정 하에서 이미 빠져나갈 구멍을 발견했다는 보도도 있어, 전 세계적인 정책 공조가 얼마만큼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