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부산APEC은 조금 다르다. 높으신 분들만의 행사가 아닌 온 국민이, 또 전 세계인이 함께할 수 있게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준비돼있기 때문이다. 이번 APEC에서는 회의가 열릴 때 마다 "이번 회의때는 무엇을 논의할까"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주요 의제에 `역내 국가들의 문화간 이해증진 방안`이 선정됐을 만큼 문화를 통한 상호접촉의 기회가 다양하게 마련돼있다.
◇우리 전통문화로 `즐~`하세요.
이번 APEC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중의 하나는 바로 자연친화적인 회의장과 개최장소 부산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문화행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선 지난 5일부터 시작돼 20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서 진행되는 `부산서예깃발전(사진 왼쪽)`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8개국 서예가 400여명이 참가해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깃발들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1일부터 13일에는 지난 2004년 전국무용제 대상을 수상한 `김은이 짓 무용단`이 선보이는 대형 춤극 `부산 아리랑`이 선보인다.
이번 춤극은 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대본을 맡은 작품으로 대사없이 서사적인 구조, 쉬운 동작, 선명한 주제 의식 등으로 1895년 부산 개항 당시 조선 최초의 신여성으로 알려진 `윤정심`을 중심으로 부산인들의 삶을 춤극 형식으로 표현했다.
이어 12일에는 용두산 공원에서 우리의 전통 춤인 `사자춤과 말뚝이 춤` 공연이 열려 부산을 찾은 외국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또 같은 날(12일)부터 15일까지는 고대 가야국의 김수로왕과 그의 왕비였던 허황옥을 모티브로 현대적인 록 뮤지컬 형식을 빌려 재현한 `가락국기(사진 오른쪽)`가 선보인다.
이번에 공연되는 `가락국기`는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현신인 인화가 가락국의 전설속에서 만나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한다는 줄거리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고대 왕국의 전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잘 풀어냈다는 것이 주된 평이다. 여기에 록 뮤지컬 형식이어서 무대와 의상 및 조명, 음향 등 다채로운 `즐김문화`를 제공해 주목된다.
◇화려한 볼거리들..지나치면 손해
이번 APEC에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소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가락의 흥취에 흠뻑 취한 세계인들의 가슴을 이번에는 전 아시아를 석권한 `한류열풍`이 후끈 달궈준다.
오는 11일 사직실내체육관에서는 열리는 `아시아송 페스티벌`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등의 스타급 가수 120여명이 총 출동해 화려한 무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비, 이효리, 장나라 등 톱스타들이 출연해 아시아의 대중문화 교류와 APEC을 통해 우리의 대중문화를 세계로 알리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16일 오후 8시 30분부터 광안리 해수욕장과 광안대교 일대에서 펼쳐질 `첨단 멀티미디어 불꽃쇼`는 이번 APEC문화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듯 싶다. APEC 정상회의를 축하하는 의미로 치러지는 이번 행사는 서울 세계불꽃축제때의 네 배에 달하는 8만여발의 폭죽과 화려한 색상의 레이저가 3차원 입체영상으로 어우러져 약 50여분 간 부산의 밤하늘을 환상적으로 만드는 국내 최대규모의 행사다.
그밖에도 오는 12일부터 19일까지 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궁중음식 특별전`과 `궁중음식 시연회`도 옛 조상들의 음식문화를 직접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궁중음식 시연회에서는 한국음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왕조의 궁중음식에 대한 시연회와 시식을 매일 6회에 걸쳐 진행하며 한국의 떡인 `꽃산병`을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또 조선시대 임금들이 드셨던 수라상(사진 왼쪽 아래)과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에 행차해 드셨다던 `야다소반(사진 왼쪽 위)`, 정조대왕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드셨던 `조다소반`을 재현하는 행사도 마련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