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제3지대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거대 양당에서 탈당하고 세력을 꾸린 신당들은 설날을 앞두고 극적으로 통합 협상에 타결, ‘빅텐트’를 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완성된 것은 뼈대 뿐이다. 총선까지 유권자에 대안정당으로 선택을 받으려면 보수·진보가 뒤섞인 당내 혼란을 정리하고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
|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원칙과상식 조응천 의원, 새로운선택 금태섭 공동대표 등이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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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통합 개혁신당은 주요 당직자에 보수·진보 인사들을 균형 맞춰 포진시켰다. 김만흠 전 국회 입법조사처장과 김용남 전 의원이 공동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됐고, 사무총장에는 김철근 전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이 전략기획위원장에는 이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임됐다. 수석대변인은 허은아 전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김효은 새로운미래 대변인과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대변인단에 합류했다.
앞서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4개 정치세력은 지난 9일 ‘개혁신당’으로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의 투톱체제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통합지도부는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4개 정치세력이 추천한 1인씩 4인으로 최고위원을 구성한다.
문제는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다. 두 대표는 안으로는 공천 잡음을 최소화하면서 밖으로는 각 지지층을 달래며 결합을 이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우선 공천 문제는 4개 정치세력의 비례대표 순번 배치를 놓고 물밑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합 개혁신당은 지도부 구성을 거의 마무리한 시점에서도 공천관리위원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해두지 않았다. 통합 선언 이전에 이뤄지던 ‘제3지대 제정당 원탁회의’에서는 ‘비토권’을 포함해 공관위를 구성하자는 이야기가 논의됐다. 각 진영에서 ‘이 사람만큼은 안 된다’는 거부 의견을 내면 이를 수용하자는 얘기다.
보수·진보 진영이 모인 만큼 진영색이 뚜렷한 인물이 배제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당내 분쟁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통합 개혁신당에서는 공관위 구성과 ‘룰’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피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특히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 거대양당의 공천탈락자들이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오는 것도 상황이 복잡해졌다. 지지기반과 지역구 상황에 따라 개혁신당으로 출마하는 것이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자칫하면 소위 ‘이삭줍기’에 실패해 총선 기호 순위가 5번 밑으로 밀릴 수도 있다.
각 지지층을 달래며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준석 대표는 개혁보수 진영에서, 이낙연 대표는 진보 진영에서 지지층을 갖고 있어 이번 통합 과정에서도 ‘합종연횡이 아니냐’는 지지층 비판이 상당했다. 특히 개혁신당의 노인무임승차·여성희망복무제 등 논쟁적인 공약을 어떻게 정리하는지가 관건이다. 개혁신당은 각 당 사무총장급 실무자회의를 통해 강령과 기본정책, 당헌·당규 등 문제를 두고 조기 협상에 나섰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합 과정에서는 양쪽 다 이탈하는 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최소화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굉장히 힘든 과정을 거쳐 통합한 것인데 분열은 곧 공멸이다. 내부 갈등이 자꾸 노출되면 국민들은 외면할 것이고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거대 양당과 차별화에 성공하면 총선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