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찾는 탈레반…아프간서 영향력 키우는 中기업

SCMP, 카불 잔류 中사업가 사례 조명
탈레반, 中과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 승인도
“美·소련 교훈 삼아야…깜깜이 투자 주의”
  • 등록 2022-08-29 오전 9:51:44

    수정 2022-08-29 오전 9:51:1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중국 기업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탈레반 국방부 관계자(사진=AFP)
SCMP는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넘게 사업을 하고 있는 위밍후이의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해 8월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재장악했으나 위밍후이는 카불에 남기로 결정했으며, 수년 동안 미국이 지원하던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탈레반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위밍후이는 탈레반 정부와 수 개월 간의 재협상 끝에 지난 4월 카불 외곽에 있는 2억1600만달러(약 2904억원) 규모 산업단지 개발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승인받았다. 탈레반이 집권한 이후 첫 번째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인프라 프로젝트로, 최대 150개의 공장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그의 공장에 설치한 4개의 철강 가공 라인이 현재 순조롭게 가동되고 있으며, 현지 보안 담당자들은 그가 운영하는 10층짜리 건물인 차이나타운을 수시로 방문해 “중국 사업가의 요구를 들어준다”며 귀를 기울이고 있다. SCMP는 위밍후이의 ‘잔류 결정’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중국아랍경제무역촉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위밍후이는 “탈레반은 지지를 약속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아프가니스탄은 기술, 자금, 고급 인력 등 모든 것을 필요로 하고 중국이 이 부문에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은 파키스탄, 이란에 이어 세 번째로 경제적 영향력이 큰 무역 상대국이며, 미군 철수 이후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인도적,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탈레반과 관계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정부는 탈레반에 테러와의 전쟁, 포용적 정부 구축, 여성과 어린이의 권리 보호 등에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국가 재건을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계해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하는 등 중국 정부와 탈레반 고위 관리의 접촉은 이어지고 있으나, 중국 역시 여타 국가들처럼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 란저우대의 아프가니스탄 연구센터의 주영뱌오 교수는 중국 정부의 신중한 접근은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중국의 투자가 아프가니스탄의 풍부하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천연자원을 수입으로 전환해 붕괴되고 있는 경제를 살릴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통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는 22억t 이상의 철광석, 3000만t의 구리, 140만t의 희토류 광물이 매장돼 있다.

주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의 광물 통계가 다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소련이 각각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실패를 교훈 삼아,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다”고 말했다. 카불 주재 중국 대사관은 중국 기업인들에게 카불에 대한 ‘깜깜이 투자’를 반복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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