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이나 도의원, 시의원 등 기초·광역의회가 정치신인들의 또다른 무대라고 한다면, PPAT는 정치신인들의 입문 시험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역내 짬짜미 공천을 막으면서 정치신인들에 대한 문호를 열어주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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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사장 앞, 당원들 응원 목소리
이날(17일) 오전 7시40분 국민의힘 서울 지역 고사장 목동고 앞 도로는 수험자들이 세워놓은 차들로 빽빽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학교인데다 인접 대로가 없고 휴일이어서 교통 체증은 없었다.
고사장 앞에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도열해 서 있었다. 이들은 수험자들에게 “힘내세요~ 화이팅”하면서 외쳤다. 수학능력시험 고사장 앞 정도는 아니지만 이들이 있어 시험장 분위기가 느껴졌다.
7시50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고사장 안으로 들어왔다. 이 대표는 기자들을 위해 마련된 ‘체험 시험장’에서 기자들과 함께 시험을 치르기로 돼 있었다. 그는 “매체별 시험 성적도 공개하자”면서 농담을 던졌다.
태영호 의원도 잠깐 와 이준석 대표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태영호 의원이 나온 유튜브 채널 영상을 안 보신 분들은 몇 문제 틀릴 것”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PPAT 설명 채널에도 나왔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북한 관련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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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25분 OMR카드와 시험지가 각 수험자들의 책상위에 올려졌다. 10여년만에 잡아보는 OMR카드와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이 사뭇 어색하게 느껴졌다. 8시30분 정각이 되자 각 수험자들은 시험지를 펼쳐들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교실 앞문 바로 앞 자리에 앉아 있던 이준석 대표도 진지하게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시험 대체로 평이했지만…선거법 등 어려워
시험 난이도는 대체로 평이하다고 느껴졌다. 단순 암기한 지식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지문에 나타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정답에 가까운 의견을 찾는 게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학력고사보다는 수학능력시험에 더 가까웠다.
1번 문제가 그랬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모두를 위한 사법개혁’의 취지에 거리가 먼 의견을 낸 이를 찾아내면 됐다. 정답은 1번 석준이의 의견이었다. 석준이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이 주도하는 분쟁해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아’라고 했다. 시사 상식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쉽게 정답을 고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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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공직선거법’과 관련된 부분이다. 공직선거법은 법 자체가 어려울 뿐더러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용례가 달라 정치인도 헷갈리기 쉽다.
역시나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행위’, ‘투표참여 권유활동’, ‘문자메시지 발송과 관련된 규정’ 등에서 여지없이 오답이 나고야 말았다. PPAT 체험에 참여했던 다른 기자들도 “선거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1시간 시험 시간 동안 문제 푸는 데 35분 정도 걸렸다. 컴퓨터용 수성사인펜으로 마킹까지 하고 10분 정도 시간이 남았다. 전날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읽어보고 예상문제를 풀어본 게 전부였다.
이준석 대표는 시험이 끝나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기자들에 “대한민국 공직을 지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에 걸맞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면서 “당원들이 자랑스럽고, 이번 기초자격 평가를 통해 자신감을 갖고 선거에 임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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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대다수가 우리가 기대하는 점수 이상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간접적으로 측정한 지표라고 보지만, 이 시험 과정에서 준비한 동영상 유튜브 조회수, 시청자 수를 봤을 때 충분히 내용 숙지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PPAT 비판 의견을 의식한 발언도 했다. 그는 “PPAT나 여러가지 평가 방식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끄트머리 케이스만 보고 살펴보는 것”이라면서 “인성평가나 당 공헌도 측정이 과연 가능한 시나리오라서 하는 것인지, 짬짜미 공천 그런 것을 하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에 성과가 좋다고 평가될 시에는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자격시험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면서 “이런 걸 상시화해서 우리가 공천 직전에 이런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매번 당원들의 여러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코자 한다”고 말했다.
고사장을 나오는 길은 수험자들의 차로 북새통을 이뤘다. 고사장 앞 횡단보도 앞에는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수험자가 모여 있었다. 한 사람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은 “이준석이 대단해”라면서 이 대표를 추켜 세웠다.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서 그들의 대화는 잠시 중단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뭐 (공천이) 돼야 나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