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눈먼 돈` 성평등사업 병폐 없앤다…12년 만에 전면개편

'성인지 예산' 독립적 성과평가시스템 구축
9월부터 평가 돌입…내년 예산 편성때 반영
"평가 근거 마련…관습적 예산 편성 관행 해소될 것"
  • 등록 2021-10-04 오후 4:29:40

    수정 2021-10-04 오후 9:23:23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그동안 성과목표 달성 부진과 부적절성 등으로 `눈먼 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성인지 예산에 대해 정부가 10여년 만에 전면개편에 나섰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특히 성과평가시스템이 신설되면서 평가 결과에 따라 성평등 목표 달성이 부진한 사업의 예산 규모가 줄어드는 등 차기 예산안 편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게 됐다. 이번 개편으로 기존 성인지 예산 사업이 기계적으로 운영돼 온 관행이 개선될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성인지예산 올해 첫 ‘성과평가’ 실시…차기 예산 편성에 반영

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여성가족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 등 국장급 공무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예산센터장, 민간위원 4인 등 총 11인으로 구성된 성인지 예결산 협의회에서는 지난달부터 성인지예산 성과평가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진행된 성인지 예산 사업들에 대한 성과평가에 돌입했다.

성인지 예산제도는 국가 주요 재정사업을 남성과 여성 관점에서 평가하고 예산이 보다 성평등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분석하는 제도다. 성인지 예산제도는 2010 회계연도부터 시행됐는데, 기존 일반예산 재정사업 성과평가제도처럼 성인지 예산 사업에 대해 독립적 성과평가시스템을 구축해 평가하고 이를 예산에 반영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에서도 성과평과 결과를 예산 편성에 연계하기 위한 설계에 착수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협의회에서) 이제까지는 각 사업들의 적절성을 심의해 성인지 예산 사업 포함 여부를 의결하고 내년도 예산서를 내는 작업에 집중했었다”며 “이달부터는 본격적으로 성과평가 결과를 예산 편성과 연계하는 틀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개편 추진…“‘눈먼 돈’ 식 관습적 예산 편성 해소 기대”

그동안 성인지 예산 대상 사업들의 성과가 부진해도 예산 편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없어 실효성 문제가 제기돼 왔는데, 이는 성과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동수당 지급’ 등 성인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이 성인지 예산으로 포함되거나, 각 부처에서 여성의 수혜 비중을 기계적으로 맞추며 성과가 부진한 사업들을 매년 끼워 넣는 문제가 관행적으로 반복됐다. (☞관련기사: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성평등사업?…갈길 먼 성인지 예산 개선)

논란이 이어지자 관계부처에서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고, 올해 2월 성인지 예결산 전문평가위원회가 신설되며 성인지 예산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예산에 반영할 수 있게 됐다. 기재부는 연말까지 올해 사업들을 평가한 뒤 내년에 2023년도 성인지예산서를 만들 때 성과평가 결과를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관련 부처에서도 이 같은 논란을 인지하고 개선 시도를 지속해 왔다. 여가부는 올해부터 성인지 예산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해 내년 초 전면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이 개편안에 성인지 예산사업 성과평가를 차기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성인지 예산에서 끊이지 않았던 적절성 논란이 성과평가시스템 구축 이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에는 사업 평가의 법적 근거가 없어 기계적 예산 편성 문제가 계속됐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평가 결과가 예산에 반영된다면 사업 집행주체가 자체 사업 평가뿐 아니라 성인지 예산으로서 평가가 저조한 부분에 대해 더 개선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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