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068270)의 세번째 바이오시밀러(복제약) ‘허쥬마’가 유럽 인증이 확실시되면서 약의 효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허쥬마는 스위스 로슈의 ‘허셉틴’이 오리지널 의약품이다. 허셉틴은 전 세계에서 연간 7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가장 많이 팔리는 약 8위에 오른 글로벌 블록버스터다.
이 약은 조기 유방암, 전이성 유방암, 전이성 위암에 쓴다. 유방암과 위암에 함께 쓰는 게 어색할 수 있다. 이유는 ‘인체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HER2)’이라는 유전자 때문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HER2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과발현되는 것도 암의 원인이다. 허셉틴은 HER2 유전자의 신호를 차단해 과발현되는 것을 막는 약이다. HER2 유전자는 처음에 유방암에서 밝혀졌지만 위에도 존재한다는 게 알려지면서 허셉틴의 치료범위가 유방암에서 위암으로 넓어졌다.
셀트리온의 허쥬마는 유럽의약품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오리지널인 허셉틴의 모든 적응증에 쓸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통상적으로 EMA는 전문가 회의인 CHMP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는 이미 유럽허가를 받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이 좋아서 유방암과 위암에 쓰는 게 아니라 동일한 HER2 신호를 차단하기 때문에 유방암과 위암에 동시에 쓸 수 있는 것이다.
허셉틴이 HER2 유전자의 신호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이 약은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전이성 유방암, 전이성 위암에 쓴다. HER2와 관련이 없는 유방암이나 위암에는 쓸 수 없다는 의미. 미국 유명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의 가족력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으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 HER2가 아닌 BRCA라는 유전자가 위험인자였다. BRCA는 유전성 유방암과 난소암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경우 허셉틴은 효과가 없다.
한편 셀트리온은 CHMP의 긍정의견을 바탕으로 이르면 올해 1분기 안에 유럽에서 허쥬마의 사용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지난해 11월 온트루잔트의 유럽 허가를 완료해 올해 1분기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성공적으로 허쥬마 허가를 완료하면 올해 2분기에는 유럽에서 국내 업체 간 혈투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