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뱃 속이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집에서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퇴근해서 집에 들어가면 담배 냄새가 난다며 아내가 샤워를 하기 전에는 근처에 못 오게 한다. 전 씨는 집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몸에 밴 담배 냄새를 생각하면 혹시 아내와 아이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돼,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나가서 피우든 집안에서 피우든 간접흡연의 영향력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금연이 아무리 힘들더라고 가족을 생각한다면 결국 끊는 것밖에는 별 도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담배 연기만 조심하면 된다? 3차 흡연도 위험
금연이 사회적 화두로 제기되면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것이 간접흡연, 즉 2차 흡연이다. 자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흡연자에게 근접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담배연기의 피해를 입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간접흡연의 폐해에 대해 인식이 있는 사람도 대부분 담배연기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흡연의 부산물은 연기와 입자라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담배연기만 피한다고 능사는 아닌 것이다.
백 교수는 “담배의 독성 입자들이 피부, 모발, 옷, 카펫 또는 흡연자의 차량 내부에 입자 형태로 묻어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냄새나 접촉을 통해서 제3자에게 전달된다”며 “외부에서 흡연을 하고 들어온 사람과의 접촉으로 피부에 묻은 각종 발암물질들이 체내로 흡수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필터 통하지 않은 생연기 몸에 더 해로워
그리고 담배 연기의 입자도 부류연이 더 작아서 폐의 더 깊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반 실험실에서 분석해보면 부류연의 독성물질은 부류연에 비해 일산화탄소는 8배, 암모니아는 73배, 디메틸나이트로자민은 52배, 메틸나프탈렌은 28배, 아닐린은 30배, 나프탈아민은 39배 정도 높다.
실내간접흡연 규제, 관상동맥질환 발생률 줄여
간접흡연과 허혈성 심질환(관상동맥질환)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약 20~50% 정도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만 매년 4만명 가량이 간접흡연에 의한 심장질환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추산했다.
실제 실내흡연을 규제한 외국의 전례를 살펴보면 간접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심근경색이나 불안정협심증 때문에 응급실을 내원한 숫자가 실내흡연을 허용한 때와 비교해 볼 때 40% 가량 줄었다.
간접흡연도 각종 암과 관련 있어
그 중에서도 특히 폐암의 위험도가 높은데, 최근 약 16만 여명의 한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 남편의 흡연상태에 따른 폐암 위험도는 현재 흡연 남편을 둔 경우 비흡연 남편을 둔 여성에 비해 약 2배의 폐암 발생 위험이 있으며 특히 30년 이상 흡연하는 남편을 둔 비흡연 여성은 3배 정도의 폐암발생 위험도가 관찰됐다.
간접흡연 노출 임산부 유산률 높아져
임산부의 간접흡연은 태아에게 여러 악영향을 끼친다. 우선 담배연기 속에 있는 니코틴이 태반혈관을 수축시켜 태아의 발육에 필요한 산소의 공급을 제한한다. 또한 담배연기 속에 있는 일산화탄소(CO)가 혈액 내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저산소 상태를 악화시키고 연기 속의 여러 화합물이 태아에게 전달되어 발육에 지장을 초래한다.
그 결과 분만 후 신생아의 체중이 약 40~80g 정도 감소하고, 영아의 호흡기 감염과 천식 증가, 뼈나 심장?혈관 발육의 저하, 소아 암발생률이 증가할 수 있다. 2004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과 중국 베이징 의과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간접흡연에 노출된 임산부는 비노출 임산부에 비해 1.67배 유산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임산부는 흡연경력이나 임신기간의 길고 짧음을 떠나서 자신과 태아의 건강보호를 위해서 배우자의 실내흡연을 허용해서는 안 되며, 임산부가 있는 가정에서는 임산부의 간접흡연 방지를 위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백 교수는 “간접흡연자의 니코틴 대사 산물인 혈장 코티닌은 직접흡연자의 100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혈관 내 염증물질은 흡연이 일으키는 수준의 30~50%에 해당된다고 알려져 있다”며 “담배연기나 입자에 인체허용의 안전한 한계는 없으며 극미량의 담배성분이라도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