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던` 韓-美 통화스왑 체결 과정

  • 등록 2008-10-30 오전 10:04:21

    수정 2008-10-30 오전 10:04:21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한국과 미국간 통화스왑계약 체결. 한국 시간 30일 새벽 4시반에 날아든 이 낭보는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통한 끈질긴 설득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미국 연준이 지난해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를 시작으로 올들어 영국, 캐나다, 일본 등과 잇따라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자 한국은행도 물밑작업을 시작했다.

공개적으로 통화스왑 가능성을 처음 타진한 것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이달 중순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선진국간 이뤄지고 있는 통화스왑 대상에 신흥시장국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만 해도 가능성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강 장관과 같은 행사에 참석한 이성태 한은 총재가 "원화가 통화스왑 시장에 포함되려면 우선 원화가 국제통화 시장에서 거래돼야 한다"고 말했던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탓이다.

그러나 해보지 않고는 가능과 불가능을 논할 수 없는 법. 사실 미국 연준이 지난달 28일 통화스왑 대상국가를 덴마트, 노르웨이, 스웨덴으로 확대하면서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한은은 워싱턴 주재원을 통해 미국 연준과 접촉했다.

예상대로 쉽지는 않았다. 통화스왑 대상국가들의 신용도는 AAA 등급이었던 반면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A 등급이었고,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닌 만큼 기준에 한참 못 미쳤기 때문이다. 연준으로부터 다른 나라와의 관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애 태우던 한은은 지난 8일 이광주 한은 국제담당 부총재보를 직접 미국에 파견했다. 연준의 집행부에 해당되는 뉴욕 연준을 찾은 이 부총재보는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부총재, 도널드 콘 미 연준 부의장 등을 만나 본격적인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이 부총재보는 콘 부의장이나 더들리 부총재와 세계금융제도위원회(CGFS)에 같이 소속돼 있었던 덕에 그동안 자주 만나 의견을 교환해왔고 서로 이름을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이렇게 안면이 있어도 첫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한국 국내총생산이나 무역규모 등을 들어 현재 국제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강하게 어필했지만 연준은 미적거리기만 했다.

이 부총재보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연준 설득에 나섰고, 기획재정부에서는 신제윤 차관보가 나서 물심양면 도왔다. 특히 지난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국제사회의 공조방안을 논의하면서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한은도 많이 노력했지만 그동안 정부에서도 나름대로 상대국 정부와 접촉하면서 노력했다"며 "얼마전 대통령이 미 부시 대통령과 따로 특별히 전화한 것도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점차 `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지난 11일 실무자로부터 성사 가능성이 있다는 귀띔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뉴욕 현지시각 29일 양국 중앙은행은 동시에 통화스왑계약 사실을 발표했다.

한국은 11번째 미국 연준의 통화스왑 계약 대상국가가 됐고, 3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미국으로부터 달러를 빌려올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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