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빅3' 업체가 올 상반기 국내수입차시장에서 올린 성적표는 실로 초라했다. 이들 3사의 수입차시장 점유율은 총 11.04%로, 독일 벤츠의 시장 점유율 11.81% 보다도 작았다.
◇ GM, 점유율 1.54%로 가장 저조
GM은 상반기 동안 516대를 파는데 그쳐 수입차시장 점유율이 1.54%로 가장 부진했다.
이는 베스트 셀링카 10위인 `BMW 320` 단일 모델의 판매대수(673대) 보다 작은 수치다. 그나마 GM이 이정도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캐딜락 CTS` 모델(143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포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포드는 상반기에 1367대를 판매, 작년대비 58%나 성장했지만 시장점유율은 4%대를 간신히 넘어섰다. 2000만원대 중저가 SUV인 '이스케이프 2.3'이 506대, 5000만원대인 '링컨 MKX'는 170대가 각각 판매돼 전체 판매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에비해 크라이슬러는 비교적 선전했다. 크라이슬러는 6.43%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며 미국 업체중 유일하게 점유율 5%대를 넘어섰다.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30, 40대 고객들이 주로 이 차를 찾고 있다"며 "고급 유럽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짚 컴패스`와 `닷지 켈리버`도 상반기 동안 200대 이상 판매됐다.
◇ 미국차 판매회복 "글쎄…"
판매부진에 시달리는 미국 수입차 업체들은 한국시장에서의 판매율 회복의 해법을 '대중차 도입'에서 찾고 있다.
GM의 시보레 도입은 기존에 한국 시장에 들여왔던 캐딜락, 사브 등의 판매부진을 딛고 대중차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포드 역시 대중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포드는 소형 라인업인 `포커스`와 `퓨전` 등을 출시하는 등 판 차종을 다양화해 국내 대중차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크라이슬러 코리아도 대중차 `세브링 디젤`을 연내 출시하고 차량 라인업을 다양화 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차 도입이 미국차 판매율 회복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대식 CJ 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차의 판매 부진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라며 " `대형차 위주의 저연비 차량`이라는 미국차의 단점을 개선하지 않고는 한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본사의 경영실적 악화도 이들 수입차 업체에게는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데 이어 파이낼셜 타임스도 이달 초 `빅3` 가운데 최소 한두 개 업체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GM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미국 '빅3'는 안방시장인 미국에서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판매대수는 20년만에 최악에 머물렀다.
이처럼 안방시장에서 유동성 위기와 판매 부진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빅3'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영호 대우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미국 '빅3'는 판매부진과 유동성 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라며 "소수의 대중차를 국내에 들여온다고 해도 미국 수입차의 판매율은 크게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