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모임이 잦은 연말에는 와인 마시는 자리가 많다. 다음은 와인 초보자를 위한 ‘와인 매너3’ 팁.
와인 따르기 우리는 상대방에게 술을 따라주는 걸 서로에 대한 예의로 생각한다. 술을 따르고 술잔을 받는 상황은 친근한 관계 설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잔을 들고 와인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끼리 서로 따라주는 경우도 드물다. 빈 글라스에 와인을 따라주는 일은 웨이터들의 영역이기때문이다.
그렇다고 남이 와인을 따라주는데 가만히 있긴 좀 불편하다? 이와 관련, 소믈리에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방법론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윗사람이 와인을 따를 때 잔을 들지는 말되 밑바닥 받침 위에 살짝 손을 올려놓을 것 ▲가벼운 목례를 하면서 정중한 모습을 보일 것 정도였다. 잔을 들면 안 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와인 잔을 올리면 따르는 사람도 병을 높이 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서 따르는 데 힘이 든다. 그래서 와인 잔을 그대로 놔둔 채로 가볍게 손을 올려놓으면 소주 잔을 두 손으로 받는 듯한 시각적 느낌을 주면서 따르는 입장도 편해진다.
와인 마시기 같은 테이블에서도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 천태만상이다. 와인을 앞에 놓고 어떻게 마셔야 될지 눈치를 보는 초보자부터, 자기 혼자 음미하는 전문가적 수준의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이다. 어떤 이들은 앞에 놓인 와인 잔을 뱅글뱅글 돌리고 있기도 하다.
맛을 조금이라도 더 내기 위해서 잔 안에서 와인을 소용돌이치게 하는 것이다. 이러면 잔 안에 든 와인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숙성된 느낌을 만들어준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잔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이 와인에 얼마나 빠져있는지 느낄 수가 있다. 그 다음은 입에 넣고 공기를 후루룩 집어넣는경우이다. 시음회에 가거나 처음 맛을 보는 경우는 괜찮지만 자꾸 반복하다 보면 소음이 따로 없다. 잔을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입안에 공기를 집어넣어 와인 맛을 더욱 확실하게 느껴보자는 의미지만 여러 사람이 같이 식사를 할 때는 이런 소리가 소음이 될 수 있으므로 약간은 자제할 필요도 있다.
와인잔 ‘관리’ 와인 잔은 투명하다. 자꾸 마시다 보면 입이 닿는 포인트가 바뀌게 된다. 와인을 많이 마셔본 사람일수록 같은 곳에만 입을 대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잔 주위에 지저분하게 자국이 남는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앞에 놓인 잔 어디에 자기 입술이 닿았는지 볼 수가 있다. 설거지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깔끔하게 쓴 잔과 더러운 잔, 어느 쪽을 닦는 쪽이 훨씬 더 편할까.
고형욱 와인 칼럼니스트·와인바 ‘뱅생’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