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 발목 잡은 당뇨·비만 치료제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날 장 종료 후 얀센이 HM12525A 권리를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얀센이 진행한 임상 2상 결과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 반환 이유라고 회사는 전했다.
해당 신약 후보물질은 한미약품이 2015년 11월 얀센에 약 9억1500만달(약 1조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바 있다. 2016년 9월 올무티닙(베링거인겔하임), 12월 랩스인슐린115(사노피), 올해 1월 BTK억제제(릴리)에 이어 이번까지 총 4차례 수출했던 기술이 다시 돌아왔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얀센 모기업 존슨앤드존슨(J&J)이 10개 후보물질을 2019~2023년에 허가 신청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HM12525A는 포함되지 않아 그때부터 권리 반환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제는 신약 개발의 높은 벽을 인정하고 한미약품 파이프라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 반환은 물론 올해 3월 파트너사 스펙트럼의 롤론티스 허가 신청 취하, 사노피와의 계약 일부 수정 등 신약 개발에서 수차례의 난항을 겪었다”며 “글로벌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로 추가 기술 수출이 없다면 현재 밸류에이션은 정당화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기술 수출이 이뤄진 파이프라인 중 현재 남은 것은 에페글레나타이드(사노피), HM95573(제넨텍)이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 반환은 한미약품의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 기술의 안전성, 효능과 무관하지만 당뇨 치료제 개발 트렌드 변화로 랩스커버리 기반 에페글레나타이드 신약 가치도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1차 평가 지표인 체중감소 목표치는 도달해 비만 치료제로서 효능은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임상 결과를 통해 상업성 입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기술 수출 성과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기술 반환이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랩스-트리플 아고니스트 가치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며 “3분기 관련학회에서 임상 1상 결과 발표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업종 투자심리 악화에 이번 기술 반환 소식까지 전해져 주가 하락이 예상되지만 저점 매수도 노려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주가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밸류에이션상 주가가 10% 이상 급락시 과매도 구간”이라며 “하반기 롤론티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재신청, HM15211 미국 1상 종료에 따른 기술 수출 등 다수 연구개발(R&D) 모멘텀이 기대돼 낙폭 과대 시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