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녹인 13만 촛불 "6월항쟁 완성" Vs 십자가 든 맞불 "탄핵무효"

박종철 30주기, 열사 희생을 촛불 시민혁명으로
즉각퇴진·조기탄핵·재벌총수 구속 함성
보수단체, 대학로서 제9차 태극기집회 '맞불'
개신교계 보수단체서 10m 대형 십자가 행진도
  • 등록 2017-01-14 오후 8:28:50

    수정 2017-01-15 오전 9:53:57

올 겨울 최강 한파 속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2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고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보영 유태환 기자] 올 겨울 최강 한파 속에서도 ‘박근혜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민심은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궜다. 특히 고(故)박종철 열사의 30주기여서 미완의 혁명과 열사의 정신을 21세기 촛불로 완성하자는 외침이 광장을 메웠다. 꼭 30년 전인 이날 당시 서울대생 스물 셋 청년 박종철 군이 경찰의 고문 끝에 숨져 그해 6월 민주항쟁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

故박종철 열사 희생, 촛불 시민혁명으로…“30년 전 죽음 헛되지 않게”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즉각퇴진, 조기탄핵, 공작정치 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는 박 대통령 즉각 퇴진·조기 탄핵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 총수 구속도 촉구했다. 이들이 피해자가 아니라 현 정부와 정경유착으로 잇속을 챙긴 공범이란 것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이른바 ‘공작정치’ 주범으로 거론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구속도 요구했다.

오후 6시 시작된 본 집회는 고(故) 정원스님(64·속명 서용원)의 추도사로 시작됐다. 지난 7일 정유년(丁酉年) 새해 첫 주말 촛불집회 현장에서 ‘박근혜 체포’ 등을 촉구하며 분신한 정원스님은 곧바로 서울대병원에 옮겨졌지만 이틀 만인 지난 9일 오후 끝내 숨졌다.

범불교시국회의 공동대표 법일스님은 “정의로운 사회,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또 살아있는 민주주의 실현하고자 온몸으로 저항했던 스님”이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소신이라는 공양을 통해 민주진영에 힘을 보태고자 소신 공양 하셨다”며 “남아있는 저희들은 그런 뜻과 가치들을 이어내고 우리 사회를 가치있는 사회로 만드는 게 소신공양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함세웅 신부는 박종철 열사 30주기 추도사에서 “30년 전 국가폭력에 의해 순종한 박종철 군과 이한열 열사의 희생이 오늘 광장 시민혁명으로 우리를 이끌었다”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어나는 시민 촛불혁명은 박근혜를 단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 신부는 “촛불 평화 혁명은 정치권에 회계를 촉구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치인이 아닌 주권자인 시민이 주최가 돼 나라를 바꾸자는 것이 두 열사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체감 온도가 영하 13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에서 광화문 광장에는 오후 8시 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 13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14만 6000명이 거리에 나왔다.

대학생 양진모(25)씨는 “날씨가 추워서 핫팩을 네 개나 챙겨 왔다”며 “추위 때문에 촛불의 열기가 사그라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광장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 동창들과 함께 참석한 회사원 박종대(52)씨는 “40·50세대에게 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잊지 못할 역사적 순간이자 비극적이고 부끄러운 과거 중 하나”라며 “어렵게 일군 민주주의의 결실을 박근혜 정권이 퇴보시키게 놔둘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추위가 몰아친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2차 범국민행동의 날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SK 본사 앞을 지나며 ‘재벌 총구 구속’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후 7시부터 청와대와 국무총리공관, 헌법재판소 인근, SK·롯데 등 대기업 본사 등 4개 경로로 도심 행진을 진행했다.

집회 참여 시민들은 부부젤라를 불며 “재벌도 공범이다” “재벌 총수 구속하라” 등을 외쳤다. 청와대 앞 200m 거리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도착한 시민들은 “집 앞이다. 나와라. 나와서 감옥가라” “범죄자를 탄핵하라, 범죄자는 감옥으로”라며 함성을 질렀다.

1시간 가량 도심 행진을 마친 이들은 다시 광화문 광장에 모여 즉각 퇴진과 헌재의 조기 탄핵을 촉구했다.

태극기에 대형 십자가도…보수 ‘탄핵 반대’ 맞불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들도 이날 ‘맞불 집회’를 열고 “태블릿PC부터 모든 과정이 조작됐다”며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혜화로터리에서 ‘제9차 태극기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태극기와 ‘선동 탄핵 원천 무효’라고 쓴 손피켓을 흔들며 탄핵 무효 등을 촉구했다.

친박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대통령은 20분간 머리를 만지면서도 세월호 관련 보고서를 읽었다”며 “여성이 머리 올리는데 20분이 그렇게 긴 시간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 윤상현 의원 역시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는 물론 안보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한 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정권 찬탈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야당을 몰아세웠다.

집회 참석자들은 매서운 추위에 하얀 입김을 내뿜으면서도 “대한민국 만세”를 삼창하고 ‘멸공의 횃불’과 ‘나의 조국’ 노래 등을 불렀다. 일부 참석자들은 ‘비상시국이다! 계엄령 뿐! 국민의 명령이다! 군대여 일어나라’는 펼침막을 흔들면서 “계엄령을 선포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기독교계가 주관하는 ‘탄핵무효 범기독교 십자가 대행진’ 사전행사도 열렸다. 해병대 군복과 성가대 가운을 입은 참가자들은 약 10m 길이의 대형 십자가를 들고 “헌법재판소는 탄핵 소추안을 기각해야 한다”고 외치며 시청 방면으로 행진했다.

경비 병력 184개 중대(약 1만 4700명)를 배치해 질서 유지와 안전관리에 나선 경찰은 전날 밝힌 대로 집회 참석 추산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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