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앞둔 전세 세입자 月20만원 더 내면 '집주인'

중소형 아파트값 상승세 꾸준.. 중대형은 가격 하락 이어져
저금리 기조 속 전세보다 중소형 아파트 노려볼 만
  • 등록 2014-11-30 오후 1:05:04

    수정 2014-11-30 오후 1:05:04

△전반적인 주택시장 침체 속에서도 서울·수도권 중소형 아파트값은 2012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집 살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전세로 계속 눌려 앉기보다는 저리의 대출을 받아 내집 마련에 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울 성북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사진=서울시]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있는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 서모씨는 다음달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이참에 내 집 장만에 나서기로 했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2억원에서 2억70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값이 현재 3억5000만원 선으로 2년 전보다 2000만원가량 오른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차라리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하는 편이 전세금을 올려주는 것보다 났다고 보고 있다.

실제 서씨가 아파트를 사기 위해 시중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대출받는다면 한 달 이자는 주택담보대출 평균 이자 3.4%(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를 기준으로 42만5000원 정도다.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인 그가 디딤돌 대출(금리 2.6~3.4%)를 이용하면 이자를 좀 더 줄일 수 있다. 반면 전세자금대출은 7000만원(금리 3.75%)을 추가로 받을 경우 월 22만원 가량을 이자로 낸다. 결국 한 달에 20만원만 더 내면 세입자 신세를 벗어나 집주인이 될 수 있고, 2년 뒤 집값이 1000만원만 올라도 대출 이자까지 모두 벌충할 수 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에 이른 상황에서 기준 금리가 2%에 불과한 저금리 기조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며 “집 살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라면 대출을 통해 중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편이 보증금 손실 위험이 큰 전세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견고한 중소형 아파트값… 서울·수도권 소형 최근 2년 새 3.9% 올라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울·수도권지역 전용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값은 바닥을 모른 채 떨어졌지만,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2년 말 바닥을 찍은 후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3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 12월 이후 최근 2년간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3.3㎡당 1144만원에서 1150만원으로 0.5% 올랐다. 중소형 아파트로만 한정하면 전용 60㎡ 이하 소형은 같은 기간 3.3㎡당 집값이 993만원에서 1032만원으로 3.9% 뛰었고, 전용 60~85㎡ 이하 중형은 1081만원에서 1098만원으로 1.6% 상승했다. 특히 서울지역 소형 아파트값은 2008년 하반기 이후 저점인 1432만원(2012년 12월) 아래로 한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중소형 아파트값의 견고한 상승세는 재건축 사업 등 호재를 안고 있는 서울 강남권뿐만 아니라 별다른 개발 재료가 많지 않는 강북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정릉푸르지오 전용 84㎡짜리 아파트 전셋값은 2012년 12월 2억3500만원에서 이달 현재 2억8500만원으로 5000만원이나 뛰었다. 같은 기간 집값은 3억7000만원에서 3억9000만원으로 2000만원 올랐다. 주변 단지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서울·수도권 중소형 아파트는 수요가 풍부하고 환금성도 좋기 때문에 향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낮다”며 “집값의 30~40% 수준에서 대출을 받아 노후도가 높지 않고 도심에서 멀지 않은 중소형 물건을 골라 내 집 마련을 하면 전세보다 안전하게 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락세 멈추지 않는 중대형… 반등 가능성은 ‘글쎄’

2012년 이후 가격 하락세가 멈춘 중소형 아파트와 달리 중대형 아파트값은 아직도 바닥을 가늠할 수 없다. 서울·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고점이던 2008년 3월 1672만원에서 이달 현재 1306만원으로 21.8%나 떨어졌고 지금까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강남권 랜드마크 단지라고 예외가 아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3410가구·2008년) 전용 132㎡형은 지난 2년 새 아파트값이 18억2500만원에서 17억7500만원으로 5000만원 하락했다. 고점이었던 2011년 12월(20억원)과 비교하면 2억원 이상 빠진 가격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소형 아파트는 가격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중대형은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반적인 ‘주택 다운사이징’(집 규모를 줄여 이사하는 현상) 추세 속에 세금 및 관리비 부담까지 큰 중대형 아파트는 앞으로 고소득층의 실거주 목적으로 수요가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08년 이후 전월세 주기(2년)및 전용면적별 서울·수도권 3.3㎡당 아파트값 추이. [자료=부동산114·단위=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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