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팬텀은 체계적인 운영시스템 가동을 위해 전문 경영인 출신인 조수봉 대표(사진)를 영입했다. 조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대한항공을 거쳐 한국신용정보에서 19년간 몸담았던 이력이 있다.
지난 9일 만난 조 대표는 "작년 지인의 소개로 팬텀을 알게됐다"며 "이제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전문 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대표직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처음이지만 한국신용정보에서 다양한 업종 분석을 통해 관련 지식을 축적해온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팬텀은 최근 6개월 동안 도너츠미디어(구 팝콘필름)과 DY엔터테인먼트 인수 등 계열사 편입과 지분확보에 약 307억원을 쏟아붓는 등 공격적인 확장정책을 펼쳐왔다. 현재 관리종목인 도너츠미디어의 경우 팬텀의 소속연예인들을 대상으로 24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해 주목을 받았다.
DY엔터테인먼트의 인수로 국내 유명 MC들을 독점케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 재무제표가 좋지 않은 도너츠미디어에 `무리한 수혈`을 한 이유는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신규사업을 진행하려는 목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매니지먼트 업무에서 제작업무까지 발판을 넓히기 위해서는 제작사인 도너츠미디어의 활용이 절실했다는 것.
팬텀이 제작에 주력하는 이유는 현재 지상파 TV나 케이블TV의 외주제작률이 높아지는 추세인데다 IPTV, 위성DMB 등의 매체 다원화로 콘텐트 유통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콘텐트 제작 업체가 `갑`의 위치에 설 것이라는 판단이다.
현재 팬텀이 보유하고 있는 가수, 연기자, MC 등을 도너츠미디어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출연시킬 계획이다. 도너츠미디어에서는 기존의 영화 제작과 더불어 예능·오락프로그램과 드라마도 제작도 전담케 된다.
기존 팝콘필름에서 도너츠미디어로의 개명(改名)도 이러한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필름`은 영화에 국한된 이미지를 주고 디지털 시대와도 맞지 않아 `미디어`로 의미를 확장했다는 설명이다. 또 `도너츠`는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차원에서 이름으로 낙점됐다.
조 대표는 "DY엔터테인먼트의 인수는 향후 MC사업분야에서 콘텐트 경쟁력을 높이고 넓게는 예능 분야에서 한류 바람을 주도한다는 취지 아래 진행됐다"고 말했다. 또 "DY엔터테인먼트가 자회사로 두고 있는 스포츠 프로그램 모바일 생중계업체 TS콤을 활용해 연예인 콘텐트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인터클릭을 통해 미국 헐리우드의 제작사와 함께 한미 합작으로 진행되는 200억~250억원 규모의 영화 제작에 지분을 투자했다"며 "해당 영화는 올해 하반기에 제작에 들어가며 현재 전세계 배급권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팬텀은 일간스포츠와 함께 합작법인을 설립해 DMB 채널 사업, 무선 인터넷 사업 등에도 참여키로 했다. 기존 우성엔터테인먼트 라인을 통해 영국BBC의 DVD물과 디스커버리 부문의 한국 독점 유통권도 따냈다.
향후 확장 계획이 있는 사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식음료 등 소비재 관련 프랜차이즈 산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사업 참여와 관련해서는 "일단 콘텐트 생산에 주력할 것"이라며 "대기업과 업무상의 제휴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텀은 최근 가수, 배우, MC 등 각 분야에서 공채1기를 모집했다. 선발된 연예인들은 분야에 상관없이 두각을 나타내면 어느 분야로든지 진출 가능하다. 조대표는 "스타육성 시스템에서 경쟁력을 갖추겠다"며 "멀티유즈,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현재 최대주주는 이도형 회장으로 약 17%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공시되지는 않았지만 2대주주는 흡수합병한 인터클릭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독일계투자회사인 피터백앤파트너스는 8.25%에 달하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하고 있다.
조 대표와 비슷한 연배인 이도형 회장은 직함은 회장이지만 현재 팬텀 소속 연예인들의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있다. 경영은 조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본업인 프로듀싱에 전념하고 있다.
작년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실적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재는 산업이 자리잡는 초기 단계"라며 "앞으로 안정적인 캐시 카우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조 대표는 말했다.
조 대표는 "소속 작가와 연예인, PD 등이 만들어 납품하는 수직적 시스템과 가수와 배우, MC등 엔터테인먼트 3분야의 수평적 계열화의 틀을 갖췄다"며 "현재 구도로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완성하는 첫번째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는 외형과 실적 모두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전언이다.
또 "제2의 한류 붐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조 대표는 덧붙였다. 투자와 제작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정체된 한류가 다시 봄을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