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회생에는 기업개혁 필수-FT

"금리인상 통해 자연스러운 구조조정 유도할 필요 있다"
  • 등록 2003-04-21 오전 11:14:04

    수정 2003-04-21 오전 11:14:04

[edaily 김윤경기자] 일본 경제가 부채증가와 수요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기업 부문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자에서 지적했다. FT는 특히 살아남을 수 없는 기업들을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일본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이유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해당하는 43조엔(3580억달러)의 금융권 부실채권문제가 지적되고 있으나 이러한 문제는 정작 은행권의 돈을 빌려간 기업들의 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일본 불사조(Japanese Phoenix)"의 저자인 미국의 이코노미스트 리차드 카츠는 "문제의 근원은 부실채권 자체가 아니라 대출을 해간 업체들의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문제의 초점은 10년전에 비해 크게 저하된 일본 기업들의 생산성은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로 돌아간다. FT는 일본은 이제 더 이상 기업부문에 있어 강자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자동차와 전자, 정밀기기, 광학 부문 기업들은 품질과 효율성면에서 명성에 흠집이 났고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우는 더 상황이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제조업체들이 세계적인 생산성 기준에 못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소매유통, 헬스케어, 건설, 식품 부문은 GDP의 18%, 고용의 22%를 차지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미국의 같은 산업분야와 비교해 절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경제자문위원회 멤버인 요시카와 히로시는 제조업에 비해 비제조업분야의 경우 끊임없이 규제에 휘둘리고 있는 반면 서비스 부문에 대한 수요는 제품 수요에 비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경제가 성숙될 수록 GDP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늘어나 지난 70년대 50%였던 것이 현재 65%를 기록하고 있다. 요시카와는 "일본 경제는 고생산성 산업에서 저생산성 산업으로 장기적인 생산성 원천의 전환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리차드 카츠는 이를 "기형적인 이중 경제(deformed dual economy)"라고 명명한 바 있다. 고성장 시대에는 강한 수출기업들이 약한 내수 기업들을 이끌었다. 수출기업들은 직접적으로는 유리와 고무, 철강 등 재료에 투입되는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간접적으로는 노동자들에게 불필요하게 생산되는 식품과 전자기기 등 소비재를 사들일 수 있을 만큼 많은 임금을 지불하면서 내수 산업을 드라이브했다. 그러나 내수경기가 침체되고 디플레이션이 심화되자 이러한 시스템은 멈추기 시작했다. 제조업체들은 공급업체들로 하여금 비용을 줄이도록 압력을 넣게 됐고 상당수의 일본 수출기업들은 생산비용이 덜 드는 중국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나섰다. 일본 기업의 어려움이 극심해진 다른 이유로는 자산가격의 버블이 꺼진 것을 들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은 80년대 과대평가된 담보물을 통해 돈을 빌렸고 이제는 은행권이나 기업들이나 모두 대출금 회수와 상환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됐다. 맥킨지에서 생산성 조사를 담당했던 제임스 콘도는 "기업들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극적으로 부풀려졌던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재무제표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며 또 다른 이유는 경제생산성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콘도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대형 기업의 부도에 대해 주목하고 있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의 몰락이며 이들이야말로 부채 상환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상황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던 많은 일본 기업들이 점차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비용구조 변화와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나서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반도체 산업의 경우 경쟁업체와의 제휴를 꾀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제약업체들도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아웃소싱에 나서고 있다. 건설 및 유통, 보험업체들은 장기적인 비용절감을 위해 인수합병(M&A)에 발벗고 나섰다. 기업들은 또 임금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 기업들의 임금(보너스 포함)이 전년에 비해 4%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도쿄사무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펠드만은 "놀라운 변화중 하나는 일본이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 빠져든 이래 수익마진율이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업 수익 조사업체 토요게이자이에 따르면 지난 3월로 마감된 2002 회계연도 일본 1000대 대형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4.3%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올 회계연도 수익도 11.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수 판매가 전년 수준일 것을 전망되고 있는데 비하면 상당한 수치다. 그러나 임금삭감을 비롯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걷잡을 수 없게 되면 개인들의 수요는 더욱 감소할 것이며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이 일본 경제를 질식시키고 있다고 보는 일부 거시경제학자들은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살아남을 수 없는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퇴출시키자는 논리다. 일본은 "건강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조치를 사용할 필요가 있으며 생존능력이 있는 기업은 이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같은 맥락에서 제기되고 있다. FT는 이러한 "선순환"이 일본의 기업부문을 회생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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