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4일 주식시장에선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들어 사흘동안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하루도 빠짐없이 1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에 국내기관이 매수에 가담하자 주식시장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외국인과 국내기관의 쌍끌이 장세가 전개중인 셈이다. 다만 국내기관의 매수세가 대부분 선물연계 프로그램매수세에 기인한다고 보면 아무래도 외국인이 관심대상이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는 지난해 연말 잠시 주춤거렸으나 사실상 지난해 11월 이후 기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외국인의 매수세는 어떤 배경을 갖고 있고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강신우 굿모닝투신운용 상무는 일련의 외국인 매수세는 바이코리아(Buy Korea) 내지 바이반도체(Buy Semiconductor)일 수 있다고 한다. 우선 이머징마켓내에서 한국경제는 상대적으로 견실한 모습이어서 올해는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외국인 매수세를 바이코리아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최근 반도체업황이 급격히 개선되면서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삼성전자 등으로 매수세가 들어오고 있는 점에선 바이반도체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강 상무는 따라서 외국인의 매수강도는 반도체의 모멘텀에 따라 증감하겠지만 한국경제에 대한 재평가 시각, 즉 바이코리아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규모나 강도에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외국인의 매수세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주가측면에선 1월 하순 이후 조정국면이 오지 않겠나 생각하다. 지금 급하게 오르는데 따른 기술적 조정 가능성과 시차를 두고 나타날 엔화약세기조가 맞물리는 시점이 이 때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엔화약세가 135~140엔 사이에서 피크를 칠전망이고 과거에 비해 충격이 적을 것으로 보이나 주식시장엔 어느정도는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승식 삼성증권 증권조사팀장도 향후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올해 미국경기의 회복속도가 생각보다 느릴 것이란 점에서다. 실제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90년대 평균 3%선을 보였는데 가장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는 메릴린치 조차도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1.2% 정도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성장이 견실한 한국 등 이머징마켓으로 국제자금이 몰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내년(2003년)도 미국 등 선진국경기가 큰 폭으로 호전되면 국제자금은 선진국증시로 환류내지 분산되겠지만 올해만큼은 한국 등 이머징마켓으로 꾸준히 유입될 것이란 분석이다.
더욱이 한국증시는 밸류에이션 논쟁에서 벗어나 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S&P IT(정보통신)기업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50배에 달해 여전히 버불(거품)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국내증시에선 그런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선진국마켓의 평균 PER이 20배를 넘어서고 있지만 올해 국내 거래소시장은 12배 정도라고 한다. 결국 한국의 경제성장이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견실한데다 PER까지 낮아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란게 김 팀장의 생각이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새해 외국인 매수세를 지난해 11월과 12월중 이어졌던 외국인 매수세의 연장선상에서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머징마켓의 상대적 강세기조가 살아있는 가운데 선진국시장도 강하고 큰 악재마저 출현되지 않아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715선까지 오른뒤 600대 중반 이하로 되밀리면서 이머징마켓내에서 한국의 수익률 순위(세계증시가 동반급등한 9월20일대비)가 브라질 등에도 뒤쳐졌는데 최근 그 것을 만회하는 과정이 전개되면서 국내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급등락을 부추키는 선물연계 프로그램매매가 매수세에 가담한 점도 지수의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일단 주식시장의 모양이 좋다고 한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진다면 과열없이 지수가 꾸준히 상승할 상황을 맞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기관의 경우 지난해말 회수됐던 자금이 아직 증시로 본격적으로 환류되지 않아 대기자금이 많다고 한다.개인의 경우도 많을 때 8000억원 안팎까지 늘어났던 미수금 규모도 4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지더라도 국내기관과 개인의 매수여력을 감안하면 당분간은 크게 되밀릴 상황이 아닌 것으로 그는 분석한다.
새해 주식시장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이같은 상승분위기를 리드하고 있다. 외국인의 보유지분이 아무리 높더라도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저평가됐다면 외국인의 매수세는 꾸준히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외국인의 주도로 올해 국내증시가 레벨업(level-up)을 이루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