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완전 비핵화 어려울 수도…트럼프, 韓패싱 상황 경계해야"

[인터뷰]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②
방위비 대폭 인상 압박 불보듯
美 진출 기업 보조금 문제 손댈수도
  • 등록 2024-11-08 오전 5:00:00

    수정 2024-11-08 오전 5:00:00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철저한 이익기반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한미일 공조는 약해질 수 있다. 북핵 논의에서 한국이 패싱 당할 우려도 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6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에 ‘올인’했던 방식이 과거처럼 먹히지 않을 수 있다”면서 “철저히 이익 기반에서 미국과 협상을 하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과의 하노이 정상회담에 미련이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협상의 끝을 내고 싶어할 것이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판도 달라질 수 있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이제 핵무장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방위비 협상 등에서 딜을 쳐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2005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20여년간 아시아태평양 관련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신 소장은 미중 관계, 북핵문제, 글로벌 리더십·민주주의 등에 정통한 재미 석학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엔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막후에서 한미 간 가교역할도 담당한 인사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에 앞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어봤다.

-트럼프가 4년 만에 귀환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평가한다면.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면 트럼피즘의 완성이라고 본다. 2016년과 달리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투표수에서도 확실하게 완승을 거뒀다. 상·하원도 장악하고,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까지 트럼프색으로 물들였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이 마련됐다. 1기 행정부 때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전통적인 공화당 주류들의 견제가 있었다. 이번에는 트럼프 정치 이념의 결정체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계승자인 J.D.밴스 부통령을 임명하는 등 당을 확실히 잡았다. 앞으로 장관이나 참모, 당의 핵심도 트럼피즘을 중심으로 임명될 것이다.

-트럼피즘은 이제 미국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고 봐야하나

△트럼피즘은 이제 생소한 게 아니라 한동안 미국의 주류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민주당 텃밭인 경합주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모두 가져간 게 대표적인 증거다. 인플레이션으로 경제 문제가 부각됐고, 이민자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어 반이민 정서가 팽배해졌다. 바이든 정부가 일반 서민들의 삶을 더 낫게 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커졌고, 결국 트럼피즘이 더욱 퍼질 수 있는 토양이 됐다.

-트럼프는 승리선언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가능할까.

△과거를 봐도 나치즘이나 스탈리즘 등이 나타나면 보통 10~15년은 갔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트럼프가 사라지더라도 이를 승계하는 인물이 또 나타나고 트럼피즘도 이어갈 것이다. 한동안 분열, 갈등, 포퓰리즘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본다. 지금이 정점일 텐데 서서히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 양극화 갈등, 혐오 등은 결국 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민자, 소수인종들은 과거보다 힘들어질 수도 있다.

-트럼프가 북핵 문제 등 북한과 다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는가

△북한과 다시 딜을 할 것이라고 본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서 트럼프는 딜을 하려고 했지만, 당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견제에 무마됐다. 이젠 트럼프를 막을 사람이 없을 것이고, 미련이 있는 트럼프 입장에서는 끝을 내고 싶어할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과거보다 북한의 핵은 고도화됐고, 북한도 이제 레버리지가 약간 더 늘었다.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완전한 비핵화를 원하는 한국입장에서는 좀 난처할 수도 있다. 자칫 패싱당할 우려가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핵무장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방위비 협상 등에서 딜을 쳐야 한다고 본다.

-바이든 행정부 때 체결한 한미일 공조는 이어질까

△조금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자민당 총재)의 지지율이 한달 새 10%포인트 이상 떨어졌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20%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지금 한국이나 일본은 동력이 없는 상태다. 양 리더들이 정치적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트럼프는 가치 동맹보다는 철저히 이익 기반에서 나설 것이다. 사실 가치동맹은 레토릭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철저히 제국 관점에서 움직이는 데 트럼프 정부에서는 더할 것이다. 과거처럼 한국이 한미 동맹에만 ‘올인’하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 한국도 트럼피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외교 안보 라인을 새로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트럼프는 중국과 대만 문제도 새롭게 접근할까

△트럼프는 철저히 이익기반에 움직일 것이다. 대만에도 방위비를 더 내라고 압박할 것이다. “대만이 우리의 반도체 산업 100%를 가져갔다. 우리에게 방위 비용을 내야 한다”며 대만 반도체 산업을 겨냥하지 않았나. 미국이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상당히 의존하고 있더라도 트럼프는 방위비를 더 내라고 압박할 것이다. TSMC한테도 미국에 더 공장 투자하라고 딜을 칠 수 있다.

-트럼프는 반도체지원법에 비판적 입장을 밝혀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최근 TSMC나 우리나라 반도체업체 고위관계자를 만났는데, 공장 설립과 관련해 보조금 지급 계약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외국기업한테 왜 보조금을 지급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 때 미국에 투자하라고 해서 왔는데,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반도체 공장이 설립되는 남부 지역들은 공화당 주지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설득해 지역 일자리 창출 등 효과를 내세워 보조금 지급이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신기욱 소장은…

△연세대 사회학과 △미국 워싱턴대 대학원 사회학 석·박사 △아이오와대 교수 △UCLA 교수 △스탠퍼드대 교수(스탠퍼드대 인문사회과학대 첫 한국인 종신 교수)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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