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영국이 유럽 헬스테크(heath tech) 산업의 최고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공공 의료에서의 재정 지출이 나날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자 영국 정부가 ‘헬스테크 산업 육성’으로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환자에게 효율적인 치료를 제공하려 하면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관련 스타트업들도 글로벌 투자를 속속 유치하면서 미국 못지않게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고 있는 영국이 여기에 힘입어 의료 선진국의 입지를 가져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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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올해 1월부터 매달 헬스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속속 이뤄졌다. 투자를 유치한 곳 중에선 의료인을 보조하는 목적의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의 비중이 높았고, 바이오센서를 통해 개인 건강을 모니터링하거나 의료 데이터를 다루는 곳이 그 뒤를 이었다.
가장 최근 투자를 유치한 헬스테크 스타트업은 런던 기반의 헥사라드다. 헥사라드는 방사선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설립된 헬스테크 스타트업으로, 방사선 진단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및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스위스 기반의 사모펀드(PEF)운용사와 영국 기반의 투자사인 포사이트그룹 등으로부터 1300만유로(약 191억 7000만원)를 유치했다. 투자사들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의사로 구성된 팀 멤버들의 역량과 더불어 지난 2021년 초기 투자 이후 회사가 매년 120% 이상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이번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웨어러블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개발하는 영국 런던 기반의 ‘사바’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스타트업 중 한 곳이다. 피부에 붙이는 패치를 통해 누구나 체내 포도당 수치를 비롯한 건강 상태를 휴대폰 등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 중인 사바는 지난 6월 유럽의 발더튼캐피탈과 엑소르벤처스 등으로부터 740만유로(약 109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사들은 일반인뿐 아니라 만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사바를 통해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는 필수적인 툴(tool)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이번 투자를 집행했다.
팸테크(Femtech·여성 건강에 특화된 기술) 스타트업도 영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 기반의 팸테크 스타트업인 ‘엘비’는 지난 6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약 168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엘비는 장소와 시간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유 펌프를 개발한 스타트업으로,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옥토퍼스벤처스 등으로부터 꾸준히 투자를 유치해왔다.
영국 의료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토르투스도 지난 2월 약 56억원 수준의 글로벌 투자를 유치했다. 토르투스는 임상의를 위한 인공지능(AI) 비서 솔루션을 개발하는 영국 스타트업으로, 전자의무기록(EHR)과 의사와 환자간 대화를 토대로 차트를 자동으로 요약하는 등 임상의의 행정 업무를 경감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회사는 지난 2월 투자받은 자금을 토대로 해당 AI 비서 솔루션 개발 및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헬스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VC 한 관계자는 “영국 정부는 헬스테크 잠재력을 높이 보고 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특히 의료 접근성이 우리나라 대비 떨어지고, 의료 종사자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관련 투자 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