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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인 EU 집행위원회(EC)는 전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EC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유럽 4개 도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의 운수권 및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일부 이전 등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4개 노선을 국내 LCC에 이관하는 등 경쟁 제한 우려 해소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4개 노선의 운수권은 국토교통부에 반납해 국토부가 이를 재분배하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이전은 항공사 간 협의를 거쳐 진행된다.
유럽 노선 대체 항공사로는 국적사인 티웨이항공이 낙점됐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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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티웨이항공이 보유한 중대형 항공기로는 대한항공이 이관하는 서유럽 주요 노선까지 운항이 어렵다는 점이다. 티웨이항공이 보유한 A330-300은 최대 1만㎞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운항 시간으로는 10~11시간으로 현재 취항하고 있는 시드니와 크로아티아까지 날 수 있다. 다만 지금도 크로아티아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항로를 우회하면서 중간 급유를 위해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를 경유하고 있다.
운항시간이 동유럽보다 더 긴 파리, 바르셀로나 등 유럽 서부 노선은 티웨이항공이 보유한 항공으로 취항하기 어려워 대한항공의 지원이 필수다. 이에 대한항공은 항속거리가 더 긴 A330-200 5대를 임대할 방침이다. 또 A330-200 기재를 운항할 운항승무원 등 인력 100여명을 파견 형태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EC 승인 이후 남은 미국 법무부(DOJ)의 승인에서도 운수권 배분이 관건이다. DOJ가 경쟁제한 우려를 표한 미주 5개 여객노선(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LA·시애틀)에 대한 이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대체 항공사로는 에어프레미아가 유력하다.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뉴욕과 LA 노선에 정기편을 운항하고 있으며, 오는 5월 17일부터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현지 지점 개설, 노선 및 운임 인허가, 조업사 등 현지 인력 마련 등에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럽 등 변수가 많은 노선을 안정적으로 운항하기 위해 충분한 기재와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당장은 대한항공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운항에 큰 문제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체 운항을 위한 자구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 합병에 따른 마일리지 운용 방식에도 급격한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하더라도 향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독립회사로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2년간의 통합 절차 기간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소진을 최대한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소진하지 못한 고객의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추후 협의를 거쳐 전환율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