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관광객 없인 춘래불사춘…‘임대’만 나부껴

골목, 큰길 모두 ‘임대’ 알림 가게들 즐비
전국서 땅값 제일 비싼 가게도 ‘텅’
그 많던 노점상도 자취 감춰
“거리두기 해제 체감 안돼…외국인 돌아와야 산다”
  • 등록 2022-04-24 오후 2:55:01

    수정 2022-04-24 오후 9:26:50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명동뿐만이 아니에요. 남대문, 동대문 이쪽은 결국 외국인이 돌아와야 장사가 되는데…”

22일 명동 중앙 거리 ‘네이처리퍼블릭’과 주변 건물들의 모습. 여전히 건물 1층은 비어 있는 상태다. (사진=권효중 기자)
지난 22일 오전 서울 명동 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여전히 한산했다.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필수코스라고 하는 예전의 명성도, 흔적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거리의 행인들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대표 관광명소로 손꼽혔지만 발길이 끊기자 명동예술극장 등 대로변은 물론 일대 골목을 가득 채웠던 먹거리 노점상들 대부분이 자취를 감춘채 일부 노점상들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양말 노점상 A씨는 “주말에야 명동성당에 오는 신자들로 좀 붐빌뿐, 평일엔 외국인은 커녕 내국인도 별로 없어 썰렁하기만하다”고 전했다.

골목 구석구석은 물론 큰 길가의 건물 상점에는 ‘임대’를 알리는 표시판이 넘쳐났다. 폐업으로 굳게 닫힌 유리창 너머에는 아직 다 치우지 못한 물건들만이 덩그러니 보였다.

올해까지 19년째 공시지가 1위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에서 장사를 하다가 폐업한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벽면엔 새순을 틔우지 못하고 말라죽은 덩굴식물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명동 상권의 중대형 공실률은 50.1%, 소형 공실률은 50.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의 상가 절반이상은 코로나19사태 이후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한한령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던 명동상권은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빈사상태에 빠진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다른 상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복궁 등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는 광화문 일대 상권의 중대형 공실률은 23%, 소형 공실률은 21.7%로 서울 지역 평균 공실률(중대형 10%, 소형 6.7%)보다 크게 높았다.

명동에서만 20년 넘게 담배·복권 가판대를 운영중인 A씨는 “명동 상권은 ‘관광 자유화’ 이후 커졌는데 고작 거리두기 해제 정도로는 살아나지 않는다”며 “명동뿐 아니라 동대문, 광화문 등은 결국 외국인이 많이 찾아와야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말했다.

22일 점심 시간 무렵의 명동 거리. (사진=권효중 기자)
주말인 23일 다시 찾은 명동 거리도 평일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매장문이 닫힌 곳이 많았고 거리를 따라 노점상 좌판이 깔렸지만, 한적했다.

명동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출동할 사건이 늘어나진 않았다, 유동인구만 약간 늘어난 정도”라고 말했다. 명동 거리 입구 앞, 코로나19 이전에는 지도와 관광안내책자를 들고 분주했던 관광안내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지역의 한 관광경찰은 “외국인 관광객이 언제 돌아올지 기약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하루 빨리 예전의 활기찼던 상권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했다. 순대국집을 운영하는 조모(67)씨는 “여기가 임대료가 싼 것도 아닌데 점심 장사만 해서는 하루하루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며 “해외 여행객들이 많이 와서 예전처럼 거리가 활기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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