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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여의도에서 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치인이다. 이미 오래 전에 ‘최고의 총리 최악의 총리’라는 베스트셀러를 펴낸 적이 있다. 또 몇 해 전에는 여권내 비주류 전략가로 본인의 정치철학을 담은 ‘한국보수 비탈에 서다’는 책도 출간했다. 특히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에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할 정도로 책 사랑에 푹 빠져있다.
4.13 총선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정 의원을 20일 서울 서대문 남가좌동 선거사무소에서 이데일리가 만났다. 연일 이어지는 강추위 속에서도 서울 서대문을 유권자를 만나느라 하루하루 녹초가 될 정도로 지친 상황. 하지만 책을 주제로 하는 인터뷰라는 말에 두 말 없이 흔쾌히 응했다. 빨간 점퍼를 입고 지역구 행사를 막 다녀온 정 의원의 책이야기는 60분동안 끝도 없이 이어졌다.
“인문학 서적, 인생을 값지게 살기 위해 필수”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지천인 세상에서 과연 종이책이 의미있을까? 정 의원은 “종이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 의원은 “현대인들이 모바일이나 스마트기기의 단문에 익숙해진 것은 현실이다. 특히 긴 문장은 힘들고 지루해서 잘 읽지 않는다”면서도 “여하튼 책을 보는 사람은 오히려 경쟁력이 생긴다. 책은 상상력의 보고다. 앞으로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고 출세하는 건 아니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나중에 큰 일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전망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을 물었다. 총선 정국이라 책과는 거리가 멀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정 의원이 최근 손에서 놓지 않는 책은 ‘신의 위대한 질문’(21세기북스)이다. 정 의원은 “종교철학이 재미없을 것 같은데 아니다. 되게 재미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들이 다 여기에서 나온다”며 “인문학은 호사가의 취향이 아니다.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드니까 알겠다”고 답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역시 고전만한 게 없다”
어린 시절 세계소년소녀문학전집로 책의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가 이후 세계위원전 등을 탐독했다. 중학교 시절에는 무협소설도 많이 읽었다. 고교 시절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 청소년 추천도서라는 이름이 붙은 세계명작을 주로 읽었다.
정치입문 이후 힘들고 어려웠을 때 그를 일으켜 세운 책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고전이었다. 정 의원은 “톨스토이가 고전을 쓴 게 아니라 지금까지 읽히기 때문에 고전이다. 바흐 음악은 당시로서는 대중음악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빅뱅이 부르던 노래와 같다. 지금까지 듣기 때문에 클래식이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소설의 효용성도 강조했다. 정 의원은 “우니나라 소설 중 고전이라고 할 만한 것은 얼마 없다”면서도 “황순원, 김동리, 최인훈의 소설을 꼽을 수 있다. 왜 계속 읽히느냐. 이는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보편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 책이 우리 삶을 풍부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책감옥에 빠지는 시간 해외출장이 즐거웠다”
아무리 책읽기가 좋아도 바쁜 의정활동 때문에 짬을 내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을 해외출장을 갈 때쯤이면 늘 설렜다. 읽고 싶은 책을 한가득 가지고 가서 상대적으로 맘편하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 정 의원은 “보통 해외출장을 갈 때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국회 활동이나 지역구 일정 등에서 해방됐기 때문”이라면서 “비행기로 장시간 이동하면서도 책을 보고 호텔에서도 방안에 틀어박혀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유난히 대답을 아꼈다. 한참 만에 입을 연 정 의원의 대답은 정말 의외였다. 삼국지, 사기, 논어·맹자 등 고전을 기대했던 기자의 예상은 180도 빗나갔다.
정 의원은 “내 인생 최고의 책은 항상 최근의 책이다. 다 의미가 있다”면서도 “굳이 이야기한다면 계몽사의 세계소년소녀문학전집이 최고의 책이었다. 내 평생의 자양분이 된 책이다. 또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최고의 책은 ‘권력의 조건’(21세기북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