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물류 '위키피디아'처럼"…스탠포드大 교수 조언

하우 리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삼성SDS 초청 간담회
  • 등록 2012-12-02 오후 3:00:00

    수정 2012-12-02 오후 5:48:37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삼성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물류 사업에 진출하며 전통적인 물류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같은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한 ‘공급망관리(SCM)’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요.”

물류·수요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하우 리(Hau Lee)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IT서비스 기업 삼성SDS 초청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CM을 통해 물류를 잘 통제하는 업체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란 기업에서 생산·유통 등 모든 공급망 단계를 최적화해 수요자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구글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아마존, 이베이등 온라인 상거래 업체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당일배송 사업에 진출했다. 전통적인 전자상거래 업체와 IT 기업 간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SCM은 IT기업에게나 물류 유통기업에게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SDS도 전통적인 시스템통합 사업(SI)에서 벗어나 해외 물류IT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우 리 교수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려면 전통적인 물류 유통 기업의 경우 각종 고객사, 협력사와 파트너십을 맺어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며 “아마존과 제휴해 매장에서 책을 고객에게 전달해 주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좋은 예”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글로벌 생산기지를 해외에 두는 사례가 많지면서 외국 현지 공장의 상황을 직접 보며 컨트롤 할 수 있는 ‘관제탑’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생산공장인 중국 팍스콘에서 각종 인권, 환경 문제가 발생했던 것처럼, 재료가 제때 도착하는지 노동, 환경오염문제 등을 컨트롤 할 관제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 교수는 “아웃소싱을 한다고 해서 기업이 직접 져야 할 책임까지 아웃소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발주 대기업은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하고, 인권이나 환경 문제가 없는지 현지 시민단체,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그는 “삼성도 큰 회사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혼자 구축하기는 힘들다. 플랫폼만 제공하고 집단지성으로 운영되는 위키피디아처럼 물류에도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창고, 교통 등 여러 정보시스템을 이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며 여러 회사들과 적절히 공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우 리 교수(60)는…

홍콩 출신으로 SCM, e비즈니스, 유통 및 물류, 글로벌 운영 전략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출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1982년부터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IBM,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의 자문 역할을 했다. 2002년 경영관리, IT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세워 석좌교수(Thoma Professorship) 직함을 받았다. 같은 대학의 황승진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 ‘채찍효과, 공급망 에서의 정보 왜곡’은 2004년 미국 경영학회가 선정한 ‘지난 50년간 발표된 경영과학 논문 중 가장 영향력 있는 10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우 리 미국 스탠포드대 교수. 삼성SD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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