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당분간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금융 시스템 불안도 지속되고 있어 미국이 경기후퇴(recession)에서 벗어났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경기후퇴 종료 시점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 경기 바닥 속단하기는 어려워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과 정부의 잇단 금융 안정책에도 불구,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속단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금융 안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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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2월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3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는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다는 점도 미국의 경기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최근 8.1%까지 치솟은 미국 실업률은 조만간 10%대에 진입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태다. 특히 호전된 주택판매는 하락한 집값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마찬가지로, 최근의 주가 상승은 강세장으로 전환한 것이라기보다는 베어마켓 랠리, 즉 약세장에서의 반짝 상승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통상적인 수준보다 두 배 높은 42.24를 기록,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내년 이후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하더라도 본격적인 회복은 한참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올해 경기후퇴 종료를 전망하고 있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 15일 CBS의 간판 프로그램 `60분`에 출연, 경기후퇴가 올해 끝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경기후퇴는 아마도 올해 종료되고 내년에는 회복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22일 같은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를 강타한 경기후퇴에서 빠져나올 희망의 빛이 깜박거리는 게 보인다"며 모기지 리파이낸싱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고, 금리는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24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경제는 내년까지 계속해서 하강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후퇴가 언제 종료될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올 연말에 끝날 것이라는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도 미국 경제의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일부 경제지표 호전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경기가 급속히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