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기로 인해 금융사들의 유동성이 부족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돈줄도 마른 상태다.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체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월가의 위기를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구제금융법안이 29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부결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 비금융기업들도 위기 내몰려
비즈니스위크는 월가의 위기가 미국내 비금융기업들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부터 카지노 업체까지 신용위기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융 위기가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마치 다른 부문은 위기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위기는 점점 더 넓은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S&P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57개 회사에서 453억달러 규모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있었다. 지난해 전체 채무불이행 건수인 22개에 비해 급증한 것. 특히 57개사 가운데 45개사는 비금융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 실물경제 점점 어려워져
신용위기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항공업체에 특히 큰 타격을 줬다.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유가 영향으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탓이다. GM과 UAL이 대표적이다.
패트릭 아캠벌트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GM이 월간 140억달러에 달하는 영업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80억달러 정도는 조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케이스린 마켈스 UAL 최고재무담당자(CFO)는 "지금처럼 전례없는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더욱 중요하다"며 "현금이 최고"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가 전체 경제로 확산되는 것은 대중적인 브랜드도 예외는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19일 햄버거 프랜차이스 업체인 맥도날드에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미 이뤄진 대출 금액이 상환되기 전까지는 신규 대출을 해 줄 여력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존 셰인리 모간스탠리 외식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대출 환경은 좋지 않다"며 "외식업체들이 대출을 받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위기의 진원지인 주택시장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구제금융법안이 부결됨에 따라 주택시장이 더 깊은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내 주택가격은 2006년 초 고점 대비 20% 가량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서 향후 1년간 10% 정도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매매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기존주택판매는 전년동기대비 11% 감소했다. 신규주택판매는 35% 급감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사업을 접고 직원을 해고하고 있다"며 "이는 모든 소비를 위축시키고 주택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가의 위기가 점차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전문가들은 의회가 구제금융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원에서 부결된 구제금융법안의 향방에 미국 경제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