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후 지하철‘퀵서비스’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규오씨. 서울 회현역에서 배달할 꽃바구니를 들고 활짝 웃었다. | |
오후 6시까지 서류나 꽃바구니를 배달하고 쥐는 돈은 하루 3만원 안팎. 일주일에 5일 일해 50만원 정도를 번다. 여기에 아내 최옥림(68)씨가 동네 노인순찰대 대원으로 나서 25만원을 보태고, 중구 순화동에 있는 22평짜리 단독주택의 방 한 칸을 세 놓아 10만원을 받는다. 한 달 벌이는 평균 85만원이다.
김씨 부부의 생활 수칙은 무척 간단했다. 벌이에 씀씀이를 맞춰 사는 것. “생활이란 게 꼭 고무줄 같아. 없으면 없는 대로 쓰게 되지. 목돈이 있다고 해도 곶감 빼먹듯 쏙쏙 빼 쓰다 보면 그게 얼마나 가겠소. 지금 수준에서 더 줄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3남1녀를 뒀지만 첫째와 셋째 아들은 호주로 이민 갔고 둘째 아들은 몽골 선교사로 떠난 상태. 딸도 출가해서 지금은 두 내외만 살고 있다.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두 내외가 잘 살아가고 있으니 이만하면 행복한 거 아닌가요?”
“술 담배 커피를 안 하니 딱히 용돈 쓸 곳이 없어요. 점심은 집에 들어가서 먹거나 아내가 챙겨준 도시락으로 해결하니 돈 들 일 없고, 65세를 넘었으니 지하철은 공짜로 타고, 좀 먼 거리라면 버스 타고 다니니 큰돈 쓸 일이 없지.” 김씨의 지갑을 보니 5000원짜리 2장과 1000원짜리 3장이 달랑 들어 있다. 오전에 ‘두 탕’ 뛰고 받은 1만원을 포함한 것이니 김씨 돈은 달랑 3000원인 셈.
“어디 편찮은 데는 없냐”고 묻자 김씨는 “아직까지 특별히 ‘고장난’ 곳이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매일 집에서 지하철역에 갈 때는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김씨의 건강은 양호했다.
앞으로 소망을 물었더니 김씨는 “지금 인생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며 웃었다. “조만간 집 주변이 재개발되면 돈을 좀 만질 수 있을까? 그렇다고 우리 내외살이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곳저곳 여행을 조금 더 다니면 좋겠지만 일을 관두고 싶지는 않네. 나이 들어서도 내 힘으로 벌어서 사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그거 늙어서 일거리 떨어지기 전까지는 잘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