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의없는 것들'' 신하균

  • 등록 2006-08-24 오후 12:15:00

    수정 2006-08-24 오후 12:15:00

[스포츠월드 제공] 세상에는 ‘신하균’ 아니면 안 되는 영화들이 있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그랬고,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예의없는 것들’(박철희 감독, 튜브픽쳐스 제작) 역시 마찬가지다. 특별히 존재감이 없는 듯 보이지만 신하균의 자리는 의외로 넓다. 영화에서 배우보다 작품이 먼저 보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신하균은 바로 그런 역할이 가장 어울리는 배우일 것이다.

‘예의없는 것들’에서 신하균은 혀가 짧아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살인청부업자 ‘킬라’ 역을 맡았다. ‘킬라’ 역시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지만 일반적인 킬러들과는 달리 세상의 ‘예의없는 것들’만을 상대하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 ‘예의없는 것들’에는 블랙 유머가 짙게 깔려 있다.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세상 한 켠과 닿아있고 또한 내 주변의 이야기같아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영화다.

“이번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안타까움과 쓸쓸한 느낌이 좋았어요. 사실 ‘킬라’가 현실적인 인물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이기도 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상황 때문에 입을 닫고 살아가야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영화 속 ‘킬라’의 대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어떤 배역보다 말이 많았단다. 영화 시작서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장황한 내레이션을 늘어놓는 일도 쉽지 않았을 터. 신하균은 “내레이션이 설명을 해주니까 말을 안하고 연기하는 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이야기 구조가 날 도와주고 상황이 받쳐줬다”며 “내레이션을 독특하게 해보려고는 했는데, 특별히 컨셉트를 정해놓지 않았다. 감정을 넣어보기도 하고, 코믹하게도 해봤지만 결국에는 건조한 버전이 채택됐다”고 말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필두로 ‘우리 형’ ‘웰컴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등 그가 주연한 여러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왠지 그에게는 ‘흥행’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다. 분명 주류 상업 영화의 한 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주류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막힌 사내들’ ‘복수는 나의 것’ ‘지구를 지켜라’ 같은 영화들이 앞선 영화들보다 신하균을 대표하는 영화로 손꼽히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날 불러주는 영화가 있다는 현실이 다행이죠. 다양한 영화, 작은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다행이고요. 흥행을 먼저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는 없을 겁니다. 형식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이며,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 전 다만 제 감성에 맞고,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하고 싶은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합니다.”

그가 충무로에 뛰어든 지도 8년째. 장편 영화는 벌써 14편째다. 그래서 물어봤다. 연출 욕심을 부려보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고. 신하균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런 생각은 전혀 없어요. 능력도 없는 걸요. 연출이 뭐 그리 쉬우면 아무나 감독 되게요. 제 연기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남의 연기도 봐줘야 하고, 음악도 알아야 하고, 특히 글 쓰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래서 안하렵니다. 지금까지 계속해왔던 것처럼 계속 연기나 해야죠. (웃음)”

[SW확대경]●신하균에 대한 몇가지 오해?

신하균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배우가 속을 금방 들켜버리면 안 되겠으나, 겉으로 보이는 그는 말도 없이 조용하고 멋도 부리는 법이 없다. 한 마디로 ‘재미없는’ 사람 같다. 과연 그럴까. 신하균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그에게 직접 들어봤다.

◇신하균은 재미없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고 낯가림은 어느 정도 있어요. 친한 사람들 하고 있을 때는 말을 잘하는 편이에요. 알고 보면 저도 재미있는 사람이예요. 썰렁한 농담을 해서 그렇지. (웃음) 학교 다닐 땐 더 심했죠. 지금 배우를 하면서 많이 달라진 거예요. 학교 다닐 땐 굉장히 내성적이었어요. 내성적이라고 해서 배우가 안 되는 건 아니죠. 작품이 표현하고자 하는 요구를 알면 배우는 내성적이든 외형적이든 모두 해야 하는 거니까요.

◇신하균은 여자보다 남자를 더 좋아한다?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다녔지만 특별히 여학생들을 잘 몰랐어요. 별로 튀지 않는 학생이었거든요. 지금은 술 좋아하고, 편한 사람들을 주로 만나요. 이상하게 그분들이 전부 남자이고요. 그렇다고 남자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기는 건 아니예요. (웃음)

주로 송강호 선배나 정재영 선배, 임원희 선배, 박해일씨 같은 분들하고 잘 어울리는 편이예요. 특별히 모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이 맞으면 실내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한 잔씩 하곤 하죠. 술 마시고 정신 잃고 그러진 않습니다. 주량은 때에 따라 다릅니다.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신하균은 노래를 못 부른다?

제 작품에서 제가 노래를 부른 적이 없을 거예요. 노래를 즐겨 부르는 성격은 아닙니다. 노래방에서 마이크 잡으면 안 놓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 그런 부류는 아닙니다. (웃음) 혹시 또 모르죠. 다음에 영화에서 가수로 등장하게 될지도…. 작품이 좋다면야 록가수도 못할 것 없죠. 안되면 배워서라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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