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없는 것들’에서 신하균은 혀가 짧아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살인청부업자 ‘킬라’ 역을 맡았다. ‘킬라’ 역시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지만 일반적인 킬러들과는 달리 세상의 ‘예의없는 것들’만을 상대하는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 ‘예의없는 것들’에는 블랙 유머가 짙게 깔려 있다. 매우 비현실적이지만 세상 한 켠과 닿아있고 또한 내 주변의 이야기같아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영화다.
“이번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안타까움과 쓸쓸한 느낌이 좋았어요. 사실 ‘킬라’가 현실적인 인물은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이기도 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상황 때문에 입을 닫고 살아가야만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할까요.”
영화 속 ‘킬라’의 대사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 어떤 배역보다 말이 많았단다. 영화 시작서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장황한 내레이션을 늘어놓는 일도 쉽지 않았을 터. 신하균은 “내레이션이 설명을 해주니까 말을 안하고 연기하는 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이야기 구조가 날 도와주고 상황이 받쳐줬다”며 “내레이션을 독특하게 해보려고는 했는데, 특별히 컨셉트를 정해놓지 않았다. 감정을 넣어보기도 하고, 코믹하게도 해봤지만 결국에는 건조한 버전이 채택됐다”고 말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필두로 ‘우리 형’ ‘웰컴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등 그가 주연한 여러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했지만, 왠지 그에게는 ‘흥행’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지 않는다. 분명 주류 상업 영화의 한 가운데 서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주류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막힌 사내들’ ‘복수는 나의 것’ ‘지구를 지켜라’ 같은 영화들이 앞선 영화들보다 신하균을 대표하는 영화로 손꼽히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날 불러주는 영화가 있다는 현실이 다행이죠. 다양한 영화, 작은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다행이고요. 흥행을 먼저 생각하고 작품을 선택하는 배우는 없을 겁니다. 형식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이며,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이지요. 전 다만 제 감성에 맞고,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하고 싶은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합니다.”
“그런 생각은 전혀 없어요. 능력도 없는 걸요. 연출이 뭐 그리 쉬우면 아무나 감독 되게요. 제 연기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남의 연기도 봐줘야 하고, 음악도 알아야 하고, 특히 글 쓰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래서 안하렵니다. 지금까지 계속해왔던 것처럼 계속 연기나 해야죠. (웃음)”
[SW확대경]●신하균에 대한 몇가지 오해?
신하균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배우가 속을 금방 들켜버리면 안 되겠으나, 겉으로 보이는 그는 말도 없이 조용하고 멋도 부리는 법이 없다. 한 마디로 ‘재미없는’ 사람 같다. 과연 그럴까. 신하균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그에게 직접 들어봤다.
◇신하균은 재미없다?
◇신하균은 여자보다 남자를 더 좋아한다?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다녔지만 특별히 여학생들을 잘 몰랐어요. 별로 튀지 않는 학생이었거든요. 지금은 술 좋아하고, 편한 사람들을 주로 만나요. 이상하게 그분들이 전부 남자이고요. 그렇다고 남자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기는 건 아니예요. (웃음)
주로 송강호 선배나 정재영 선배, 임원희 선배, 박해일씨 같은 분들하고 잘 어울리는 편이예요. 특별히 모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이 맞으면 실내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한 잔씩 하곤 하죠. 술 마시고 정신 잃고 그러진 않습니다. 주량은 때에 따라 다릅니다.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신하균은 노래를 못 부른다?
제 작품에서 제가 노래를 부른 적이 없을 거예요. 노래를 즐겨 부르는 성격은 아닙니다. 노래방에서 마이크 잡으면 안 놓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 그런 부류는 아닙니다. (웃음) 혹시 또 모르죠. 다음에 영화에서 가수로 등장하게 될지도…. 작품이 좋다면야 록가수도 못할 것 없죠. 안되면 배워서라도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