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승자는 없다…‘파운드리 분사’ 벼랑 끝 몰린 인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맞은 인텔, 침몰 중
앤디 그로브 창업자 시대 저물며 입지 좁아져
기술의 인텔, 파운드리 매각설 계속 이어질 듯
  • 등록 2024-09-19 오전 8:15:24

    수정 2024-09-19 오전 8:15:24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인텔이 벼랑 끝에 몰렸다. 창사 56년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분사하기로 결정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이자 종합 반도체 기업(IDM)으로서 위상을 떨쳤던 ‘반도체 제국’ 인텔은 창업자 세 거인의 시대가 저물면서 침몰하고 있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에 이어 세번째로 합류한 앤디 그로브는 실질적 공동 창업자로 인텔의 경영 철학 바탕을 썼다.

무자비하게 목표를 향해 돌진하던 그로브는 인텔의 신화와 같은 존재다. 그는 ‘이만하면 됐다’라고 마음을 놓는 순간 실패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경영자는 ‘편집증 환자’처럼 언제 어디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몰라 걱정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실험적 시도를 계속하면서 미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창업자 시대가 저물고 난 뒤 기술의 인텔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2021년 인텔에 복귀한 팻 겔싱어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로브의 제자인 겔싱어 CEO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며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다. 겔싱어는 1~2나노대 초미세 공정에 업계 1위 TSMC, 2위 삼성전자보다 빨리 도달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지난 2년간 투자된 자금만 250억달러(약 33조3000억원)에 달한다.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사진=AFP)
그럼에도 인텔이 별다른 성과를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2분기 16억 1000만달러(약 2조 2200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어닝 쇼크에 인텔은 직원을 감원하며 몸집을 줄이기로 했다. 이번에 파운드 리 분사,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집적회로 반도체) 지분 일부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이마저도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는다.

인텔의 선단 공정 제조 경쟁력을 따져볼 때 파운드리 매각 필요성은 계속 제기될 수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파운드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해 수익성 측면서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아서다. 인텔이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했을 당시에도 이미 고성능 칩은 대만 TSMC에 제조를 위탁한 바 있다.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 중 하나인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텔의 침몰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만만찮다. 그러나 미국 정부를 뒷배로 둔 인텔마저 미래를 위한 혁신 없이는 급격하게 몰락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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