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국내외의 연이은 압박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 수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휴전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요아브 갈란트(오른쪽)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대화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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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이스라엘을 찾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회담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군이 여러 강도로 가자에서 작전을 지속할 것”이라며 “상황이 바뀌면 다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임무가 달성된 모든 지역에서 점진적으로 다음 단계로 이행하고 지역 주민을 복귀시키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간 하마스 박멸을 위해 가자지구에 무차별 맹공을 퍼부었던 이스라엘 전략에 변화가 있다는 걸 시사한 발언이다. 다만 갈란트 장관은 구체적인 작전 전환 시점에 관해선 “적절한 시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스라엘의 기류 변화엔 국내외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공격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이스라엘을 설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이스라엘은 무차별적인 폭격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오스틴 장관은 “고강도작전에서 저강도작전·외과 수술식 타격으로 전환하기 위한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모든 문제에 대해 좋은 토론을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소식통을 인용해 적어도 내년 초까진 공격 수위를 낮춰야한다는 뜻을 로이드 장관이 이스라엘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더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이스라엘에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 여론도 이스라엘군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하마스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인질 3명이 이스라엘군 오인사격으로 숨진 이후 이스라엘 내에서도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수장인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윌리번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인질 석방·휴전 협상을 논의할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직 대외적으론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스틴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우리는 야만에 맞서 문명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