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얼마전 영산강 승촌보 현장을 둘러봤다. 며칠 후에 있을 개방행사를 앞두고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한 자리였다. 가을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 현장소장의 안내에 따라 승촌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공사 직전 강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봐서 그런지 공사를 거의 끝마친 영산강의 풍경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갈수기가 시작되는 이맘때 쯤이면 바닥을 드러내던 곳이 강물로 넘실대고 있었고, 수풀이 우거져 있던 하천부지는 공원으로 말끔히 정비돼 있었다.
하지만 승촌보를 바라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강의 모습은 바뀌었지만 현재 영산강 수질은 5급수로 여전히 낮았다. 강 정비는 마무리됐지만 영산강으로 유입되는 하수처리정비는 끝나지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목표 급수인 2급수에 이르려면 국가뿐 아니라 해당 지자체의 노력도 절실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들렸다.
이는 4대강에 설치된 16개의 모든 보에 적용되는 사항이기도 하다. 보 건설은 수량을 조절해 홍수를 예방하고, 풍부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지 수질 개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질 개선을 위한 부차적인 지류·지천 사업이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매년 강바닥에 쌓인 퇴적물을 준설해야 하는 점도 미완성이다.
최근 대한하천학회가 주최한 ‘4대강 사업의 문제와 미래’ 학술대회에서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공학과)와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상주보 상류 경천교 부근 지역의 수심 측정 결과, 준설 총량 대비 평균 재퇴적율은 25.4%로 나타났고 합천보 상류 율지교 부근은 평균 재퇴적 비율이 67.8%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낸 모래 중 5분의3이 다시 쌓인 셈이다.
현장소장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600명을 투입해 24시간 일했지만 희생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점도 뒷이야기로 소개했지만 안타깝게도 4대강 16개 보 공사 현장에서는 20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이 다쳤다. 무리한 속도전이 불러일으킨 안타까운 희생이다.
16개 보 공사는 끝을 향해 가지만, 4대강 사업은 환경문제, 홍수예방 효과, 친수구역 문제 등 논란거리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갈 길이 아직도 멀다. 그런데도 냉철한 성찰없이 자화자찬만 늘어뜨리는 것은 낯간지럽기만하다.
행사장 곳곳에 걸린 ‘가슴에서 가슴으로 흐른다’라고 적힌 푯말이 그저 희망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