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카드大戰]①달라진 위상과 트라우마

신한 삼성 현대 신용등급 `AA+` 일제히 상향
초우량기업과 어깨 `나란히`..건전성 공인받아
내년 경쟁 격화 예고..과당 경쟁 우려 목소리
  • 등록 2010-12-28 오전 10:29:09

    수정 2010-12-28 오전 10:42:43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내년 신용카드업계는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카드 분사를 비롯해 하나금융지주에 묶일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KT의 비씨카드 지분 인수, 모바일카드 경쟁 등 새로운 변수들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켠에서는 카드업계의 과당 경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002년 국민경제에 큰 타격을 준 `카드사태`의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의 현주소와 전망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3대 전업계 신용카드사 신용등급 `AA+`로 일제히 상향 조정`
 
올해 신용카드업계의 `빅뉴스` 중 하나로 꼽힌다. `카드사태`라는 무거운 멍에를 짊어진 카드업계가 국내 초우량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AA+` 신용등급은 시중은행이나 삼성전자 포스코 보다는 낮지만 현대자동차, SK, 롯데쇼핑, GS칼텍스, S-Oil 등과 같은 수준이라 카드업계로선 그 `상징성`이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번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02년 `카드사태`로 국민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 이후 8년만에 완전 정상화를 공인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 카드업계, 체질 변화 성공..`제2의 위기?`

※ 출처: 여신금융협회, 신한카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5일 신한, 삼성, 현대 등 3대 전업카드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이들 3개사의 등급 상향은 지난 2007년 이후 3년만이며, `긍정적` 전망을 받은지 10개월만이다.
 
위지원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개별 카드사의 등급 조정이 아니라 카드업종 전반에 대한 조정으로 볼 수 있다"며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시장 투자자들의 불신이 상당부분 해소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분석의 근거는 각종 지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카드사의 건전성 평가지표인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전업카드사 6개사 기준으로 2005년 9월말 19.50%에서 지난 9월말 29.70%로 10.20%포인트 상승했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위험자산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건전하다는 의미다.
 
또 같은 기간 연체율은 11.87%에서 1.83%로 1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카드사업 겸영 은행까지 포함해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 대출서비스의 연체율은 2%대에 그치고 있다. 
 
이혁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금융위기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뜻밖에도 카드사들은 다른 금융권과 달리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며 "카드사태를 거치면서 위험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카드업계는 올해 6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수조원에 달했던 모기업 및 은행의 유동성 수혈,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으로 가까스로 대규모 부실을 털어낸 이후 2005년부터 작년까지 5년 연속 1조~2조원대 순이익을 올렸고, 올해 1~9월 순이익은 1조3904억원을 기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의 분사 등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카드론이 늘면서 제2의 카드대란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카드사의 건전성이 크게 달라졌다"며 "제2의 카드대란은 없다"고 단언했다. 
 
◇ 경쟁 격화 예고..사라지지 않는 `트라우마`
 
※ 출처: 금감원, 신한카드
 
하지만 카드업계의 경쟁이 격화될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최근 "1년반 동안 카드론과 카드 판매비가 많이 늘고 있어 집중적으로 보겠다"며 과당경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당국은 카드론 충당금을 강화하고 과도한 모집경쟁을 막기 위해 단속 횟수 및 인원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올해 1~9월 카드론 실적은 17조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급증했다. 카드모집 경쟁의 가늠자인 총수익 대비 카드판매비도 작년 1분기 19%에서 현재 25%까지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신용카드 4사의 마케팅비용은 전년대비 24.6% 증가했다"며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고수익성의 카드론 취급 경쟁이 모든 카드사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카드수수료 인하 압력도 카드론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내년초 국민카드 분사를 비롯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합병 가능성,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의 카드사업 진출 추진 등 업체간 경쟁 심화도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업계의 리스크 관리능력을 봤을 때 앞으로 제2의 카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그러나 `카드사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사라지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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