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 좀"…폭염에 열흘 넘게 굶은 50대, 구조된 사연

전화 통화로 위급상황 직감한 공무원
당뇨·알코올중독 환자 A씨, 저혈압에 영양실조까지
새로운 질환 발견돼 현재 입원 치료 중
  • 등록 2021-08-22 오후 2:15:59

    수정 2021-08-22 오후 2:15:59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열흘 넘게 끼니를 챙기지 못해 생명이 위태롭던 50대 독거 남성을 동주민센터의 한 공무원이 발견해 구조한 사실이 알려졌다.

폭염 속 아사 직전 구조된 신정3동 50대 남성의 집안 내부. (사진=양천구 제공)
지난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은 ‘취약계층 국민지원금’ 지급을 위한 계좌확인을 위해 대상자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수신음만 들릴 뿐 통화는 계속해서 연결되지 않았다.

이를 수상히 여긴 공무원은 계속 통화를 시도해 가까스로 한 번 전화 연결에 성공했다. 그 때 수화기 너머로 꺼져가는 목소리의 “주스 좀…”이라는 한 마디가 들려왔다.

위급상황임을 직감한 그는 주민센터 돌봄매니저와 방문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고, 조금 열린 문틈으로 냉방기도 없는 폭염 속에 뼈만 앙상한 모습으로 현관에 주저앉아 있는 A씨를 발견했다.

현장에 출동한 인력은 A씨에 대해 응급조치를 하는 등 상황을 파악한 결과 그가 평소 심한 당뇨를 갖고 있었으며 알코올중독 환자였던 것을 알아냈다. 그는 끼니를 챙길 여력이 없어 열흘 이상 밥을 먹지 못했고 이에 저혈압, 영양실조까지 겹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의료진의 질문에 고개를 들지도 못할 정도로 기력이 약해져 있었다.

A씨는 알코올중독으로 가족과의 관계도 나빠져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었다.

신정3동 돌봄SOS센터는 119와 협력해 보라매병원 응급실까지 함께 동행해 A씨의 입원절차를 대신 진행했다. 추가 검사 과정에서 A씨도 몰랐던 새로운 질환이 발견되면서 A씨는 현재 입원치료 중이다.

돌봄SOS센터는 수소문 끝에 오랜 기간 연락이 끊겼던 A씨의 가족도 찾았다. 또 보호자인 가족의 동의를 받아 복지사각지대에 있던 A씨를 보호가 가능한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수급신청도 진행하기로 했다.

돌봄SOS센터는 또 주거편의서비스 제공기관과 연계해 공무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쓰레기로 가득 찬 A씨의 집안을 청소하는 등 주거환경도 개선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김수영 구청장은 “앞으로도 내실 있는 맞춤형 복지정책 추진 등 촘촘한 복지 그물망을 통해 ‘고독사 없는 양천’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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