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스’는 도심의 쇠퇴한 지역을 주거·상업·문화 등 다양한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문화 공간으로 개발한 도시 재생사업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80년대 중반만 해도 30~40년이 넘은 낡은 건물들이 즐비했던 이 곳은 글로벌 기업과 연간 3000만명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한국판 ‘롯폰기 힐스’를 현실화할 수 있는 ‘입지규제 최소지구’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땅마다 주거·상업 등 저마다의 용도가 따로 정해져 있는 규제를 풀어 주거·상업·문화 복합단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개발을 통해 낙후된 도시가 바뀌어 일자리가 늘고 집값도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벌써부터 어느 지역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롯폰기 힐스’를 능가하는 세계적 명소가 등장할 뻔했다. 단군 이래 최대 프로젝트라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그것이다. 2016년 말까지 초고층 빌딩 14개동을 포함한 66개 건물을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참여 주체들이 반목하다가 결국 쓸쓸히 막을 내렸다.
복합단지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롯폰기 힐스나 용산국제업무지구 모두 도심을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탈바꿈시킨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많다. 특히 개발되는 지역에 상인이나 거주민들의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 역시 그렇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방식은 달랐다. 롯폰기 힐스의 경우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데만 14년이 걸렸다. 끊임없이 설득하고 대화하면서 100% 동의를 받아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산 참사라는 비극을 낳았다. ‘입지규제 최소지구’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용산 개발과 같은 각종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쇠락하고 있는 도시를 탈바꿈시켜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 용산 개발이나 뉴타운 방식으로 진행되어서는 곤란한다. 국토부는 사업을 추진할 세부 프로세스를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 도시 재생의 기본은 ‘사람’이라는 원칙 아래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