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2시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찾은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평일인데다 간간이 비가 내려 손님은 많지 않았다. 직원들은 한 명의 손님이라도 붙잡기 위해 카트를 끌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식을 권했다. 매장 안쪽에서 판매되는 앙금떡 포장에는 벌써 3개의 가격표가 붙었다. 이날 아침 내놓아 신선도에는 문제가 없지만 조기판매를 위해 가격을 두차례 낮췄다. 이마트는 앙금떡을 오후 7시까지만 판매한다. 판매되지 않은 앙금떡은 전량 폐기처분한다.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를 식품위생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이마트의 설명이다.
식품안전 3단계 대응..판매시간 단축→소비자 경보→판매중단
이마트(139480)가 식품안전 총력전에 돌입했다. 30분마다 손씻기, 위생장갑 착용은 기본이다. 판매직원들은 시계·반지·목걸이·귀걸이 등 세균을 옮길 수 있는 장신구 착용이 금지된다.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다. 만에 하나 휴대폰에서 우리 몸에 유해한 균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기학 이마트 품질관리팀 과장은 “공기중에 떠다니는 세균이 휴대폰에서도 종종 발견된다”며 “식중독을 유발하는 균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불안해할 수 있어 사용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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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온도가 36℃를 넘으면 3단계 조치에 들어간다. 김밥이나 팥류떡, 샐러드, 롤밥 등 9개 품목을 판매 중단한다. 이 경우 이마트가 입는 손실은 하루 평균 1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경택 품질관리팀장은 “기후변화로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해도 식품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사전에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무엇보다 온도관리에 신경을 썼다. 성수점을 찾았을 때 초밥과 김밥 진열대 온도는 8℃를 가리키고 있었다. 삼겹살·목심·양지 등 냉장육은 -1~0℃, 냉동육은 -20℃가 유지됐다. 진열대 위나 아래, 한쪽 구석에 온도계가 달려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소비자들도 쉽게 온도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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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열대의 모든 온도는 지하 1층 통합방재실에서 통제한다. 이곳에 들어서자 벽면 한쪽을 다 차지하는 커다란 모니터가 눈에 들어왔다. 100여개나 되는 진열대의 온도와 이상 유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진열대가 발생하면 빨간색 표시와 함께 경보음이 울린다. 기술운영팀이 24시간 상주해 진열대 온도부터 시작해 전력사용량, 화재유무 등을 실시간 체크한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양정남 기술선임은 “설정온도보다 2℃ 정도 높거나 낮으면 곧바로 모니터에 해당 진열대가 표시된다”며 “혹시라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어 야간에는 새벽 1시와 5시 두차례씩 직접 매장을 둘러본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전국 146개 점포 가운데 절반 정도에 이런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용만 점포당 평균 1억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나머지 점포들에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게 이마트의 계획이다.
“소비자 불안 조장하는 식품도 불량식품”
이경택 팀장은 “검사결과를 자신하지만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직원들도 초긴장 상태”라고 전했다. 이튿날 식약처는 음식점, 대형마트 등 전국 1599곳의 식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59건에서 대장균 등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는 적발된 품목이 없었다.
성수점에서 흰 가운을 입고 매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이경희 준법관리인을 만났다. 냉장·냉동식품의 온도관리가 제대로 되는지, 판매에 적합한 상품이 놓였는지 등을 하루도 빠짐없이 점검하는 게 그의 일이다. 얼마전 사료원료를 사용한 맛가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이경희 관리인도 바빠졌다. 그는 “(불량 맛가루와) 관련있다고 예상되는 품목은 다 뺐다”며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게 기본적인 식품관리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그간 ‘비위생적이거나 품질이 떨어지고 인체에 유해한 식품’을 불량식품으로 규정했으나 올해부터는 ‘소비자의 불안감을 조장하거나 소비자를 현혹하는 식품’까지 불량식품으로 간주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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