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서비스대책) 반값에 골프칠 수 있을까

골프장 이용객, 수도권 넘치고..지방 줄어들고 "양극화"
수요 넘치는 수도권에 공급 가능할지 `의문`


  • 등록 2007-07-30 오후 12:00:15

    수정 2007-07-30 오후 2:01:37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정부가 `반값 아파트`에 이어 `반값 골프장` 대책을 내놨다. 급증하는 해외 골프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벌써부터 의문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양극화돼있는 수도권과 지방간 골프 수급 현실을 외면한데다 구체적인 수요 조사조차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내 `반값 골프장`에 대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자칫하면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 "지역 양극화 고려안한 공급대책 소용없다"

30일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한 `제 2단계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의 반값 수준으로 이용 가능한 대중 골프장 공급을 통해 해외 골프소비의 국내 전환을 유도키로 했다.

정부는 현재 전국 평균 14만7000원(18홀 기준) 정도의 대중 골프장 이용료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평균 이용료 19만원을 10만원 밑으로 끌어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경작환경이 열악한 농지를 대중 골프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골프업계에서는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대책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골프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수도권 주변에 괜찮은 곳에는 이미 골프장들이 모두 들어서 있다"며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있는 농지를 활용한다면 가뜩이나 이용객들이 줄고 있는 지방 골프장에 경영난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골프장을 인위적으로 늘리고 줄인다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며 "국가 소유의 유휴부지에 골프장을 짓는 것은 할 수 있겠지만, 시장 논리를 무시한 공급대책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18홀 골프장 업체의 이용객 수는 전년비 3.3% 증가한 반면 충청권과 호남권은 각각 8.9%, 4.5%씩 하락했다.

골프회원권 가격을 살펴보면 수도권의 경우 지난 5월 기준으로 평균 3억7000만원을 넘어서 2003년대비 160% 급상승했고, 신규 골프장이 많이 늘어난 제주도의 경우 평균 4064만원으로 32%나 떨어졌다.

골프 양극화가 극심한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수요 조사조차 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골프장으로 전환할 농지가 어느정도 있는지에 대해 아직 조사가 진행돼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계획관리지역 농지 중 전환할 수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 부처간 이견..공염불 될 수도

농지를 활용한 대중골프장에 농지 보전 부감금과 취·등록세를 깎아주는 대신 가격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골프장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강제적인 가격 억제는 서비스 질 저하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처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반값 골프장`은 결국 공염불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이헌재 부총리 시절부터 골프장 공급 확대를 하겠다고 했지만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의 반발과 국민정서 등 현재 구조상으로는 쉽게 공급 확대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프장 입지로 적합한 땅은 땅값 자체가 상당히 비싸고, 공급과잉에 접어들게 되는 전라도나 경상도 등 지방에 공급하면 의미가 없다"며 "산지를 관할하는 산림청과 농지의 주무부처인 농림부 등 관련부처들이 이견을 보이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에 골프장 대책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서비스산업 레벨업 하려면

국내 서비스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는 국내 수요를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을 확충해 수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주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전에는 서비스산업의 수출과 수입이 함께 늘어나다가 외환위기 이후 수입 증가율을 수출 증가율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제조업이 해외로 나갈때 마케팅이나 광고 등 사업서비스 부문도 함께 수출될 수 있도록 지식기반 서비스 분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 "해외 골프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수요 뿐 아니라 국내를 방문한 해외 방문객이 돈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수지 적자는 지난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중 서비스업 수지 적자규모는 이미 100억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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