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유쾌한 도시 ''라스베이거스''

실연의 아픔도… 실직의 두려움도 안녕!
  • 등록 2006-05-18 오전 10:40:23

    수정 2006-05-18 오전 10:40:23

[조선일보 제공] 당신이 사랑을 잃은 연인이라면, 당신이 사춘기 아들때문에 우울한 엄마라면, 당신이 삶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50대 샐러리맨이라면, 미국 모하비 사막의 작은 도시 라스베이거스로의 여행이 '묘약'이 될지 모른다. 공항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잠시 미소 짓게 될 것이다.

미니 카지노 옆, 생뚱맞게 서 있는 생화(生花) 자판기 덕분에! 당신이 패키지 여행자라면 공항으로 마중나온 최고급 리무진 때문에 웃음이 터질 게 틀림없다. 불야성의 도시는 또 얼마나 감미로운가.

해질녘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르는 '플라이 미 투 더 문'에 맞춰 거대한 분수 쇼가 시작되고, 수백만 개 전구가 빛을 뿜어내는 애니메이션 쇼가 자정까지 다운타운을 밝히는 도시. 30층 호텔 방 앞으로 아이들을 태운 롤러코스터가 아찔한 고공행진을 펼치는 이 도시는 여행자로 하여금 단 한 순간도 비참해질 자유를 주지 않는다.


▲ 해질녘 눈부시게 피어오르는 벨라지오의 분수대 앞에서 라스베이거스의 여행자들은 사랑을 노래한다.

호텔이야? 놀이공원이야?
 

▲ 고공을 질주하는 ""뉴욕뉴욕""의 롤러코스터

카지노 도시에서 가족 휴양지로 대변신중인 라스베이거스 여행은 메인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선 호텔 투어로 시작된다. 고대 로마 건축을 모델 삼은 시저스 팰리스, 맨해튼을 본뜬 뉴욕뉴욕,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로 외관을 장식한 룩소 등 호텔들은 한마디로 거대한 테마 파크다.

‘사막의 호텔 순례’를 위해 배낭족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또 걷는다. 이탈리아의 꽃 마을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는 벨라지오 호텔은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답게 입구부터 구경꾼들로 발디딜 틈 없다. 로비에 선 사람들이 일제히 목을 꺾어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공예가 데일 치훌리가 만들었다는 2000개의 유리꽃 때문이다. 벨라지오는 또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진발’이 가장 좋은 호텔로 꼽힌다. 9만 평방미터에 조성한 식물원(botanic garden)이 있어서다.

베니시안 호텔의 두 가지 명물 ‘마담투소’(22.95달러)와 ‘구겐하임 헤르미티지 미술관’(19.5달러)도 빼놓을 수 없다. 런던의 밀랍인형 박물관을 그대로 재현한 마담투소엔 타이거 우즈, 브래드 피트, 부시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이 실물 크기로 서 있다. 실제와 어찌나 비슷한지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볼에 키스를 퍼붓는 중년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 엘비스 프레슬리를 만날 수 있는 마담 투소.

어린 자녀들과 함께 한 여행길이라면 수족관 ‘샤크 리프’(15.95달러)를 소유한 만달레이 베이 호텔이나, 미니동물원 ‘시크릿 가든’(15달러)이 있는 미라지 호텔, ‘어드벤처돔’을 갖춘 서커스서커스 호텔에서 숙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샤크 리프엔 2000마리가 넘는 해양동물이 살지만, 25㎝에서 4m에 이르는 10여 종의 상어가 어린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시크릿 가든엔 백호랑이와 백사자, 돌고래가 함께 산다. 날이 더운지 백호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와 연못에 몸을 담그자 백인의 중년 여성들이 “오우, 베이비 베이비”를 연발했다.

헬로우, 셀린 디옹!

거리 곳곳에서 조우하는 무료 쇼는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진수다.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 쇼는 낭만의 극치다. 오후 3시부터 15분 간격으로 물줄기의 춤사위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하루짜리 결혼식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는지. 누군가에게 사랑을 맹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충동질하는 도시가 라스베이거스다.

누군가 카페에 앉아 있는 톰 크루즈를 보았다고 허풍을 떨어도, 그것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곳이 또한 라스베이거스다. 실제로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콜로세움 극장에서는 셀린 디옹과 엘튼 존의 쇼가 펼쳐진다. 가장 싼 좌석이 100달러이지만 4000개 좌석이 거의 매진된다.

무려 23년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레전드 인 콘서트’(49.95달러)는 가장 라스베이거스다운 쇼다. 프린스, 블루스 브라더스, 휘트니 휴스턴, 엘비스 프레슬리를 모방한 가수들이 ‘립싱크는 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열창하는 ‘가짜들의 진짜같은 축제’다.


▲ 미라지 호텔의 명물 돌고래. 백화랑이와 함께 ""시크릿 가든""에서 만날 수 있다.

매일 밤 프레몬트 거리에서 펼쳐지는 전구쇼도 명물이다. LG전자가 제작했다는 이 쇼는 1250만개의 조명이 450m 길이의 거리를 덮은 캐노피를 통해 ‘ET’류의 초미니 애니메이션부터 코믹 멜로물까지 다채롭게 토해낸다. 라스베이거스는 증언한다.

인간은 과학과 이성만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우리에겐 판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맛있는 도시, 라스베이거스

또 있다. ‘여행에선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상식! 45가지 음식이 선보이는 에펠타워의 10달러짜리 뷔페가 있는가 하면, 세계적인 요리사 찰리 팔머의 스테이크 음식점이 있다. 햄버거 입에 물고 춤출 수 있는 하드록 카페가 있는가 하면, 4층 건물 높이의 와인 타워를 감상하며 삶은 송아지 뺨살을 맛볼 수 있는 초특급 레스토랑이 있다.

공항 가는 길에 만난 이종백(44)씨는 택시기사였다. “택시 운전은 아르바이트고, 포커 치는 게 본업이며, 6월말 열리는 포커 세계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우승해 1000만불을 거머쥐는 것이 꿈”이라는 그에게 라스베이거스는 천국이었다. 한국에서였다면 손가락질 받았을 그의 허황된 꿈이 이 도시에선 너무나 유쾌하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가짜 스핑크스와 가짜 에펠타워, 가짜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에 눈물 그렁이며 ‘브라보!’를 외쳐도 천박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그 진실을 알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일생에 한 번,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갈 필요가 있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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