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6일부터 본격화될 ‘대장동 4인방’에 대한 재판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이 단연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뇌물 및 배임 혐의 입증을 두고 그 신빙성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법정에서 공개될 녹취록 내용에 따라 아직 풀리지 않은 정관계 및 법조계 로비와 윗선 배임 공모 의혹이 드러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 ‘대장동 의혹’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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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양철한)는 6일 오후 3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를 받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지난 10월 21일 기소된 유 전 본부장은 지난달 22일 뒤이어 기소된 공범들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와 병합심리가 결정돼 이날 함께 첫 재판을 받게 됐다.
통상 첫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검증 방법 및 증인 채택 등 향후 심리 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들의 출석 의무는 없어 이들 ‘대장동 4인방’은 이날 법정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재판의 양상을 가름할 쟁점은 단연 ‘정영학 녹취록’이 꼽힌다. 아직 세세한 내용이 밝혀진 바 없는 해당 녹취록에는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수익배분 논의와 이를 위한 뇌물과 로비 정황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4인방’ 기소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수사 역시 이 녹취록에 상당 부분 의존해 진행돼 왔던만큼, 재판에서도 결국 그 내용의 신빙성을 두고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정 회계사를 ‘부패범죄 신고자’로 인정하면서 ‘대장동 4인방’ 중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등 그간 녹취록 제출 등 수사에 협조한 점을 적극 감안하고 있다. 그만큼 그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과 관련 진술들의 신빙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씨는 ‘녹음하는 것을 알고 거짓말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농담처럼 대화한 것일뿐’이라는 취지로 반박하는 등 녹취록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상태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녹취록 자체가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피고인들 측에서도 다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녹취록의 주요 내용이 앞·뒤 없이 편집돼 있다거나, 사실과 다른 거짓이 담겨 있을 가능성 등 신빙성 문제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들 간 다툼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일부 녹취록이 정 회계사가 빠진 자리에서 몰래 녹취된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고인들이 불법 도청을 이유로 ‘독수독과((毒樹毒果·위법수집 증거 배제)’ 법칙을 들고 나설 가능성도 언급된다.
녹취록은 ‘대장동 4인방’ 재판뿐 아니라 정관계 및 법조계 로비와 윗선 배임 공모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녹취록에는 ‘대장동 4인방’에 적용된 뇌물·배임 혐의와 관련된 내용 외에도 정관계 및 법조계 로비 의혹 등과 관련된 ‘실탄 350억원’과 ‘50억원 클럽’, 또 ‘윗선’의 존재를 의심케 한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수통 출신 변호사는 “대장동 4인방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되면 공개된 법정에서 녹취록의 세부적 내용들이 모두 공개 될텐데, 이는 이번 의혹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며 “이에 더해 만약 녹취록 내용 중에 그간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정황들이 담겨있다면, 검찰의 윗선 수사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