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대회의 열기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출구부터 이어졌다. 형형색색의 조끼를 입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생수와 부채를 입장객들에게 나눠줬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많은 노동자와 시민들은 더운 날씨에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계단에서는 지난 2015년 이후 3년만에, 남한에서는 2007년 이후 11년만에 열리는 노동자축구대회 관람을 기념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날 양대노총 조합원 2만명과 서울시민 1만명 등 약 3만명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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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한 켠에서는 통일열차 서포터즈와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이 8개 부스가 성황을 이뤘다. 이들은 캘리그라피 체험, 통일 부루마블, 낱말 퀴즈, 인스타그램 포토존 등 관람객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거리 공연을 선보이며 지나가는 시민들의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다.
부스를 운영하는 대학생 권오미(20)씨는 “4.27 판문점 선언이 이번 축구대회처럼 노동자와 시민 교류로 이어질 수 있어 가슴 벅차다”며 “오전 10시부터 나와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이번대회 운영요원으로 참가한 최보린(20)씨는 “평소 축구경기보다 사람도 많고 부스도 붐벼 통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걸 알았다”며 “빠르진 않더라도 차차 남북 관계가 발전하는 걸 지켜볼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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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매를 데리고 경기장을 찾은 한국노총 조합원 고은경(43·여)씨는 “이번 대회가 남북 관계에서 매우 뜻깊은 이벤트라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티켓을 신청했다”며 “아이들이 앞으로 통일에 대해 더 고민하고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함께 온 고씨의 아들 이동규(12)군은 “남북이 함께 축구를 한다는 게 신기하고 경기 결과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며 “엄마 말대로 앞으로 평화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인 이용우(54) 교사도 아들 상목(12)군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았다. 이 씨는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앞으로 남북의 청소년, 학생들도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며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래세대가 서로 만나면서 남북간의 간극을 좁히고 통일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 소속인 정동희(54·여)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경기장을 가득 채운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역사적인 자리에 빠질 수 없어서 집이 경기도 하남시지만 남편을 설득해서 함께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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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남북 노동단체는 남북한 자주적으로 판문점선언의 중단없는 이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긴 시간 떨어져 살아왔지만 노동자는 함께 해왔고 또한 함께 할 것”이라며 “우리 앞에는 자주통일의 새시대를 열어낼 이정표, 판문점선언의 이행이라는 역사적 사명이 놓여져 있다. 판문점선언의 중단없는 이행을 위해 노동자가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주영길 조선직총 중앙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이 오늘의 성대한 자리를 마련해줬다”며 “우리는 세계 앞에 조선민족은 하나이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통일된 강국을 일으켜 세우게 될 것이라는 것을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민족의 운명은 우리 자신이 책임지고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며 “위대한 역사를 창조하는 선두에는 민족의 맏아들이며 기둥인 우리 노동자가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남과 북의 노동자들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통일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서자는 약속과 다짐의 대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치러진 두 경기 모두 북측 노동자가 승리했다. 제1경기였던 한국노총과 조선직총 건설노동자팀의 경기에서는 한국노총이 1 대 3으로 패했다. 민주노총과 조선직총 경공업팀의 경기도 민주노총이 0-2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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