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생애주기별 맞춤형 임대주택으로 주거문제 해결해야"

변창흠 SH공사 사장, 취임 초기부터 대대적인 변화 주도
팀장급 이상 전면 재배치..핵심 보직 개방형 공모로 충원
중앙정부에 임대주택 관련 지자체 자율권 보장 요구
"부채, 심각한 수준 아니다. 부채 때문에 일 못하면 안돼"
  • 등록 2015-01-25 오후 5:28:35

    수정 2015-01-25 오후 5:28:35

[이데일리 이승현 김성훈 기자] 서울시의 주택정책 실행기관인 SH공사가 요즘 대대적인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전면적인 조직 재정비를 단행하는가 하면, 외부 전문가 수혈을 위해 공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핵심 보직에 대한 개방형 공모도 진행했다. 임직원 700명, 한 해 예산 5조원의 거대 조직 SH공사가 전환기를 맞아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는 듯한 모습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변창흠 SH공사 사장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SH공사 수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

교수 출신인 그는 오랫동안 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해 연구해 온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각종 정부 기관을 상대로 정책 자문을 해 온 컨설턴트였다. 그런 그가 교수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SH공사 사장이 된 것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변 사장은 “일반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엄두를 냈던 것은 이곳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해 봤고 오랫동안 자문을 해왔기 때문에 조직에 대해 잘 알고 또 잘 이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주거 문제가 심각한 지금,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훈수를 두던 사람이 직접 ‘경기’에 뛰어든 것이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지난해 말 취임 직후부터 팀장급 이상 전면 조직 개편 등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변 사장이 인터뷰에서 조직이 변화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 시민의 주거 안정 책임기관으로 재탄생

변 사장이 꿈꾸는 SH공사의 모습은 단순히 서울시의 주택 정책을 실행하는 기관을 넘어 서울시와 함께 서울 시민의 주거 안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SH공사의 가장 큰 역할인 임대주택 공급 방식부터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변 사장은 “지금까지 임대주택의 경우 총량적으로 공급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청년·노인·어린이를 위한 임대주택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세대에 따라 주택의 용도와 쓰임이 다르고, 시기마다 주거 수요도 달라지고 건물의 구조와 배치도 다양한데 너무 획일적인 주택만을 공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차가 없는 대학생이 사는 주택에는 주차장을 설치를 최소화하고, 노인 주택에는 계단을 없애는 식이다. 또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을 위한 주택이라면 건물을 지을 때부터 어린이집을 두는 쪽으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맞춤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도 좋아져 입지를 놓고 기존 주민들과 갈등을 벌이는 일도 줄어들 것이란 게 변 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못사는 사람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생애 주기에 따른 주택을 특화한다면 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맞춤형 주택은 관리가 쉽지 않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마련해 놨다. 지자체나 사회단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이 관리하게 하는 방안이다. 이미 공동체 주택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회단체나 협동조합들도 있고, 관심있는 곳도 많아 연계만 잘 해주면 사업 추진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SH공사 차원에서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있고, 올해 안에 모델이 되는 사업들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런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임대사업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 임대시장의 가장 큰 문제가 임대인의 특성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인데, 이를 공익단체들이 맡게 되면 임대조건과 서비스가 통일되기 때문에 세입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임대주택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 확충에 대한 아이디어도 내놨다. 그는 “그동안 서울시와 SH공사가 공공임대사업에 대한 부담을 모두 떠안고 왔는데 이제는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 됐다”며 “민간을 끌어들여 민관이 공동으로 하는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민간 임대사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임대주택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지은 지 오래돼 관리가 어려운 주택 몇 채를 합쳐 다시 지은 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이를 SH공사에서 관리하되 집주인에게는 일정 수준의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또 민간 토지에 SH공사가 건축비를 대서 임대주택을 짓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런 방안을 도입할 때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차장 규제를 완화하거나 지원을 더 해주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이 같은 다양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변 사장은 “임대주택 정책에 있어 지자체에 자율권이 없다”며 “중앙정부에 최소 30%까지는 지자체가 자율권을 가질 수 있게 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지난해 11월 임명된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첫 교수 출신 사장으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변창흠 사장이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현장 중심, 창의적 조직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

그의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현되려면 먼저 선행돼야 하는 것이 공사 조직의 변화다. 그동안 SH공사는 서울시에서 만든 주택 정책을 그대로 실행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왔다. 이제는 한 발 더 나가 시에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가는 역할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변 사장은 사장 취임 직후 처장급부터 팀장급까지 간부들을 전면 교체하며 조직을 변화시키는 일에 주력했다. 경험 많은 처장급, 팀장 인력은 현장으로 배치하고 새로운 팀장은 직위공모를 통해 열정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발탁했다. 또 공사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SH도시연구소장과 전략홍보처장, 주거복지처장, 재생기획처장, 주거복지센터장 등은 개방형 공모를 거쳐 내·외부 전문가들을 채용했다. 현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과의 갈등도 있었지만 “조직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하게 피력,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변 사장은 이런 조직 개편을 통해 올 한해 동안 새로운 사업 구상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시민들 입장에서 시민들에게 필요한 사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마곡지구와 같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단순히 주택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콘셉트를 갖고 필요 시설도 짓고 새로운 클러스터도 제안할 수 있다”며 “시민들의 주거 안정과 편리한 환경 제공을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채 감축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2013년 말 총 부채가 13조5000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말에 6조8000억원으로 줄었어요. 나머지 채무는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앞으로 과도하게 사업을 하는 것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채무 감축에 너무 매몰돼 일을 못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창흠 사장은 1965년생으로 능인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SH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과, 2000년 서울시의 정책자문기관인 서울연구원 도시경영부 부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서울시와 인연을 맺어왔다. 2003년 세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에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활발한 자문 활동을 벌여온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도시·주택분야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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