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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연말이 되면 출연 가수들의 면면이 눈에 확 들어오는 조인트 콘서트가 있다. 개성 있는 보컬들의 조합은 한 눈에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여러 가수들의 라이브를 현장에서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는 매력은 쉽게 떨치기 어려운 선택이다. 한정된 시간에 가수들과 좀 더 내밀하게 소통하기 어려운 걸림돌이 있긴 하지만 종합 세트 같은 선물임에는 틀림없다.
‘더 보컬리스트’는 5년을 거듭하면서 조인트콘서트로 자리 잡은 브랜드공연이다. 지난 13, 14일 양일간 송파구 올림픽공연 내 올림픽 홀에서 열린 ‘더 보컬리스트’ 콘서트는 바비킴, 이정, 알리, 박완규의 조합으로 팬들을 맞았다.
이들은 오프닝 무대에서 영국의 록그룹 퀸의 ‘We will rock you’와 2NE1의 ‘내가 제일 잘나가’를 편곡해 범상치 않는 시작을 알렸다. 객석은 열광적인 함성으로 화답했다. 이어 박완규가 시나위의 대표곡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불러 장내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1997년 그룹 ‘부활’의 5대 보컬로 데뷔해 파워풀한 가창력과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로 사랑받은 그의 매력을 그대로 드러낸 무대였다.
소위 보컬리스트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들이 한 무대에 모인 만큼 관객의 기대는 컸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에 자신의 무대를 농밀하게 펼쳐낸 뮤지션들은 깜짝 놀랄만한 무대를 연출했다. 카리스마의 가창력으로 정평난 이들이 한 무대에 모여 올해 최고 히트송이었던 크레용팝의 ‘빠빠빠’를 안무와 함께 선보였던 것이다. 뮤지션들의 예기치 못한 이벤트 무대에 6천 관객들은 한 몸이 되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일제히 튀어 오르는 장관을 이뤘다.
그간 공연계는 10년을 넘게 사랑받아온 대표적 브랜드 콘서트들을 배출해왔지만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조인트 콘서트는 겨우 손에 꼽힐 정도다. 그만큼 보컬리스트들의 조합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독 콘서트로도 매진을 기록할 수 있는 뮤지션이 굳이 조인트콘서트를 해야 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형태의 무대, 또 다른 음악적 도전’이라는 명분과 획기적인 발상이 공존하지 않는 한 조인트 공연이 브랜드화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진다.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무대가 현실화될 때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콘서트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