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컨택트’… 관객을 홀리는 수준있는 몸짓

관록있는 연기
  • 등록 2010-01-11 오전 11:45:00

    수정 2010-01-11 오전 11:45:00

[경향닷컴 제공] ‘참신함, 기발함, 대담함, 유머, 섹시함.’

지난 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 뮤지컬 <컨택트>는 이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맛깔스러운’ 작품이다. 이례적으로 배우들이 전혀 노래를 부르지 않고 대사도 적지만, 발칙한 스토리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재즈·현대무용·발레·자이브·스윙 등 전문 무용수들이 추는 수준 높은 춤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가히 ‘코믹 댄스 뮤지컬의 진수’라 할 만하다. 특히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의 ‘카리스마 넘치는 관능미’와 배우 장현성의 ‘관록이 느껴지는 연기’가 관객들을 압도했다.


<컨택트>는 모두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18세기 낭만파 화가 프라고나르의 ‘그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대로 나온다. 뒤에서 그네를 미는 노인과 그네가 높이 치솟을 때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듯 과감하게 다리를 벌려 치맛속 속살을 드러내는 귀부인, 그리고 풀숲에 누워 그녀의 속살을 보는 젊은 남자. 전형적인 삼각관계를 보여주는 프라고나르의 이 그림을 두고 여러 설이 있는데 <컨택트>는 여기에 기막힌 반전을 가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폭압적인 남편과 함께 뷔페 레스토랑에 간 아내가 남편이 음식을 가지러 갈 때마다 하는 공상이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아니트라의 춤’이나 왈츠 등 무곡을 전조로, 억눌려 살아온 아내의 과감한 성적 도발이 펼쳐진다.

사실상 <컨택트>의 하이라이트는 세 번째 이야기다. 뉴욕에서 성공한 광고인이지만 우울증에 자살을 시도하는 청년 와일리와 그런 그에게 삶의 의지와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환상 속 노란 원피스를 입은 여인의 만남이 시종 몽환적으로 그려진다. ‘스위트 로레인(Sweet Lorraine)’ ‘비욘드 더 시(Beyond the sea)’ ‘심플리 이리지스터블(Simply Irresistible)’ ‘싱 싱 싱(Sing Sing Sing)’ 등 귀에 익은 스윙 음악과 팝송에 맞춰 현란한 춤이 잇따른다.

도도한 표정과 몸짓으로 스윙, 자이브, 탭댄스를 추며 와일리를 유혹하는 노란 원피스 역의 김주원과 연기파 배우 장현성의 매력이 돋보인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아내 역을 맡은 안무가 이란영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3개의 에피소드에 한결같이 숨어있는 반전을 예측해보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수잔 스트로만이 연출과 안무를 한 <컨택트>는 1999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에서 공연됐으며 같은 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는 17일까지 오른 후, 22일부터는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으로 옮겨 31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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