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 뮤지컬 <컨택트>는 이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맛깔스러운’ 작품이다. 이례적으로 배우들이 전혀 노래를 부르지 않고 대사도 적지만, 발칙한 스토리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재즈·현대무용·발레·자이브·스윙 등 전문 무용수들이 추는 수준 높은 춤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가히 ‘코믹 댄스 뮤지컬의 진수’라 할 만하다. 특히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의 ‘카리스마 넘치는 관능미’와 배우 장현성의 ‘관록이 느껴지는 연기’가 관객들을 압도했다.
<컨택트>는 모두 3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18세기 낭만파 화가 프라고나르의 ‘그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무대로 나온다. 뒤에서 그네를 미는 노인과 그네가 높이 치솟을 때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듯 과감하게 다리를 벌려 치맛속 속살을 드러내는 귀부인, 그리고 풀숲에 누워 그녀의 속살을 보는 젊은 남자. 전형적인 삼각관계를 보여주는 프라고나르의 이 그림을 두고 여러 설이 있는데 <컨택트>는 여기에 기막힌 반전을 가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폭압적인 남편과 함께 뷔페 레스토랑에 간 아내가 남편이 음식을 가지러 갈 때마다 하는 공상이다.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의 ‘아니트라의 춤’이나 왈츠 등 무곡을 전조로, 억눌려 살아온 아내의 과감한 성적 도발이 펼쳐진다.
3개의 에피소드에 한결같이 숨어있는 반전을 예측해보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수잔 스트로만이 연출과 안무를 한 <컨택트>는 1999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이듬해 브로드웨이 링컨센터에서 공연됐으며 같은 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을 포함해 4개 부문을 수상했다.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는 17일까지 오른 후, 22일부터는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으로 옮겨 31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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