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지난달 초 하나카드 설립 기획단이 보고한 하나카드 조직, 급여 체계안을 보고 크게 화를 냈다. 은행의 조직, 급여 체계를 새로 출범할 신용카드회사에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기존 은행의 조직 문화와 사고 방식으로는 신용카드 영역을 제대로 키울 수가 없다"며 "기획단에 모든 사항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카드 분사가 늦어진 것도 "조직, 급여 체계를 다시 손질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오 신용카드 설립기획단 본부장은 "회장 지시로 신용카드 회사의 연공서열제도가 직무성과급제도로 싹 바뀌었다"며 "같은 팀원들도 성과 기여도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성과급 수준에 대해서는 "업계 최고수준"이라면서도 "내부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구체적인 수준은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김승유 회장이 은행에서 분사할 하나카드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장께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했다"며 "신용카드 업무를 은행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는 말을 했었다"고 전했다. 임 본부장도 "은행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선별할 때 도전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추려냈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신설 하나카드의 사장도 금융권 인사보다 유통과 IT(정보·기술) 전문가인 이강태 사장을 내정했다.
하지만 현재 신용카드 업계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신용카드 전업사들이 유통, 가전, 자동차 등 타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해가면서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강태 사장 내정자도 현재의 신용카드 업계 상황을 "문자 그대로 전국시대"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2002~2003년 신용카드 부실사태를 겪은 이후 신용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에 대한 정부와 소비자업계의 경각심도 여전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분사가 되면 CEO가 달라지고, 은행과는 별도의 평가를 받게 되면서 경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은행권의 신용카드 분사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나카드의 분사 실험이 성공할 경우 국민은행이나 농협등 다른 금융권의 신용카드사 분사 일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 업계 경쟁이 앞으로도 더 치열해 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 회장의 꿈은 하나금융그룹을 국내 최대 금융그룹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시중에는 하나카드 분사 다음 행보가 시중에 매물로 등장할 우리금융, 외환은행의 인수·합병일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장 취임 후 충청·보람·서울은행을 연이어 인수하며 금융권 M&A의 전문가로 평가돼 왔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과거 M&A에 나설 때에도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말을 하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벌어질 국내 은행권 M&A에 대해 역설적이게도 가장 적극적인 관심의 표현으로 들리는 것은 우리 금융계 노장 CEO의 혜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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