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주택 VIP마케팅 "노는 물이 다르다"

"명품은 명품끼리"...사전예약제 필수
은행 PB팀장·갤러리 큐레이터 등 `키맨`으로 등장
  • 등록 2006-05-29 오전 11:34:58

    수정 2006-05-29 오전 11:34:58

[이데일리 정태선기자]  보유세만 수천만원을 내는 초호화 고급주택들은 분양조차 '노는 물'이 다른다. 극소수에게만 알려져 있어 일반인들은 분양정보조차 얻기 쉽지 않다.

최근 상위 5%만을 위한 VIP마케팅이 국내 분양시장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 고가아파트 펜트하우스나 강남일대 고급빌라 등을 중심으로 흉내만 내던 VIP마케팅이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하면서 활기를 띄고 있다. 어려울수록 구매력이 높은 소수를 겨냥해야 먹힌다는 시장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명품고객을 찾아라 = 별 6개짜리 메리어트호텔과 고급주거공간이 함께 들어서는 `여의도 파크센터`를 분양 중인 CiND플레닝은 일본 도요타 `렉서스` 고객을 타깃으로 삼았다. 이들만을 위한 뮤지컬 공연을 상연하고, 공연에 앞서 평당 2600만~3000만원인 파크센터 동영상을 보여줄 계획이다. 또 강남에서 연예인이 많이 찾는 스포츠센터 입구에 동영상을 설치하고 상담원을 배치했다.

갤러리의 주요 `콜렉터`를 모시는 것도 분양시장의 VIP마케팅 방법으로 각광 받고 있다. 한 분양대행사는 샘플하우스에서 `모네` 그림을 전시하기도 했다. 최근 압구정동 줄리아나 갤러리나 가나갤러리 등의 그림구매 고객들은 분양업체들의 러브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노출을 막아라= 벼락부자의 이미지를 없애주는 문화적 접근 이외에도 VIP고객의 선민의식을 자극하기 위해 모델하우스 '사전예약제'와 같은 폐쇄적인 방법도 사용된다. 

서초동과 방배동에서 100평형대의 고급빌라 16가구를 분양 중인 롯데건설은 사전예약제를 택하고 있다. 빌라 주변에 윤세영 태영회장, 신격호 롯데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이 살고 있어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동네 분위기 관리를 위해서도 요란한 마케팅은 피하고 있다. 대신 입소문을 통해 고급정보를 독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여유롭게 집을 보도록 하는 것이 계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키맨을 확보하라= VIP고객들과 하루 아침에 친분을 쌓을 수 없기 때문에 분양사들은 은행의 PB센터 팀장이나 갤러리의 큐레이터 등을 이른바 '키맨'으로 활용한다. 이들은 VIP고객과 분양대행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일대일 대면접촉을 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소개하는 일을 담당하는 것. 최근에는 대기업 중역이나 문화계 인사, 보석상 등이 키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VIP마케팅은 고급 틈새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덜 받아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며  "분양시장에서도 소수 부자들을 겨냥해 단순 제품홍보가 아닌 `라이프케어`까지 시도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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