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중심에 '고객'…정의선 취임 4년,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종합)

정의선 회장, 2020년 10월 취임 후 4년
글로벌 車 판매 둔화에도 체질 개선 성공
현대차·기아 상반기 영업이익률 업계 최고
수소·SDV 등 미래산업 '게임 체인저'로
  • 등록 2024-10-13 오후 3:24:38

    수정 2024-10-13 오후 6:57:33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모든 활동은 고객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2020년 10월 14일 취임사)

“경쟁자들을 따라잡고 경쟁하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완전한 만족을 주는 것이 최고의 전략과 전술입니다.”(2024년 신년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한결같고 끊임없는 변화를 통한 지속 성장’이라는 새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14일 취임 4년을 맞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사와 4번의 신년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고객’이다. 지난 4년간 ‘고객을 향한 끊임없는 혁신’을 목표로 달려온 정의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판매 ‘톱3’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위기를 넘은 뒤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불확실성과도 마주했지만, 체질 개선과 생산 유연화 등 전략으로 위기를 돌파해 왔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이제 자동차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전 분야를 아우르는 ‘게임 체인저’로서 생태계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체질 개선으로 수익성 글로벌 ‘톱’ 우뚝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률은 10.7%로, 글로벌 ‘톱3’ 완성차 업체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합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39조4599억원, 14조9059억원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였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캐즘으로 인한 친환경차 판매 둔화 등이 완성차 업계에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그러나 고수익 차량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현대차의 상반기 판매 중 레저용차량(RV)과 제네시스 비중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기아도 미국 내 RV 판매 비중이 78%에 달하는 등 고수익 차량 비중이 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024년 현대차그룹 신년회에 참석해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기차 전용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유철희 기아 오토랜드 광명 전무, 정의선 회장, 송호성 기아 사장.(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기아는 올해 상반기 친환경차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9% 증가한 6만188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톱티어’ 위상을 구축하는 데는 정 회장의 야심작인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역할이 컸다. E-GMP는 정 회장이 적극적으로 주도한 전기차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의 출발점으로, 성능이 좋은 전기차를 만들어 ‘고객에게 완전한 만족을 주는’ 전략의 핵심 역할을 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고객들에게 ‘하이브리드차’라는 선택지를 제공한 것도 수익성 확보에 한몫했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약 49만대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키워 2028년까지 현대차 133만대, 기아 80만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미래 모빌리티 ‘게임 체인저’ 넘본다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완성차 산업뿐 아니라 수소,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선도자가 되는 것을 바라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는 수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CES에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HTWO Grid’ 비전을 공개하는 등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6월 소방관 회복지원 수소전기버스 전달식에 참석해 소방관들과 악수하며 인사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또 다른 미래 신사업인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지능형 로봇’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AAM 분야에서도 2028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플랫폼화된 자율주행 차량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판매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을 전개함과 동시에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중심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이다.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먼저 아직까지 로보틱스나 AAM 사업 등 미래 신사업에 대한 성과가 부진한 점을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시장이 성숙해질 때까지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경쟁력 극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도 관건이다. 중국산 전기차 저가 공세,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등으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 극대화로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은 현대차·기아가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임직원들에게 ‘미리미리’ 준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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