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러시아 국영통신사 타스통신 사장이 지난 6월 용병단체 바그너그룹 반란을 너무 ‘열심히’ 보도한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 지난 6월 반란을 일으킨 러시아 용병단체 바그너그룹 대원 모습.(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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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문매체 모스크바타임스는 다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 반란에 대한 타스 보도를 이유로 세르게이 미하일로프 사장을 해임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군 수뇌부와 갈등을 겪던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에서 반란을 일으켜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다. 특히 군사 요충지인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했는데 타스는 러시아 매체 중 처음으로 바그너그룹이 이 도시의 남부군관구 본부를 장악한 모습을 보도했다. 한 타스 관계자는 “미하일로프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준수할 것을 (구성원에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들은 이 같은 미하일로프의 행보에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은 타스의 친정부 보도가 ‘불충분’하다고 판단, 격노했다고 모스크바타임스에 전했다.
익명의 러시아 정부 관계자는 “타스는 모든 걸 너무 자세하고 빠르게 보도했다”며 “그들은 뉴스를 보도하지 않는 게 자신들의 주임무라는 걸 잊어버렸다. 그들의 주임무는 크렘린을 위해 이념적으로 올바른 서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1904년 설립된 타스는 엣 소련 시절부터 국영언론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하일로프도 2012년부터 타스를 이끌며 우호훈장을 받는 등 친정부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미하일로프의 후임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안드레이 콘드라쇼프가 임명됐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의 언론 통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금 타스의 중립성은 누구에게도 소용이 없다”며 “지금은 전시이고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