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바이오를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대표적인 대기업으로는 롯데, GS, 두산, CJ, 현대중공업, 신세계, OCI, 오리온홀딩스 등이 꼽힌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바이오 사업진출을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는 대기업들도 상당수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이 가운데 지난해 1조7000억원에 국내 대표 보톡스업체인 휴젤(145020)을 인수한 GS(078930)가 바이오 사업 확장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 GS는 몸값이 최대 4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치과용 구강스캐너 전문기업인 메디트를 추가 인수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도 바이오 사업진출에 가장 속도를 내고 있는 대기업으로 손꼽힌다. 롯데는 지난 7월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출범하면서 향후 10년간 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10위권의 바이오 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미 다국적 제약사인 BMS와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기 위해 2600억원 규모의 자산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면서 발빠르게 바이오 사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공통된 경영목표는 바이오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키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목표를 달성한 쪽보다는 이루지 못해 결국 사업에서 철수하는 대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많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최소 10년 이상 장기간 인고의 세월을 이겨내야하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이 단기실적을 중시하는 대기업 경영문화와 정면으로 상충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 앞서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가 장기간 적자를 참지못하고 철수한 대기업들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많은 대기업을 만나 봤지만 경영권을 넘겨준다고 해도 과감하게 대규모 투자를 하려는 곳은 찾지 못했다. 결국 해외 자금을 유치해 신약 연구자금을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이 리스크(고위험)’는 바이오 사업에 있어 피할수 없는 숙명이다. 이렇다보니 매년 경영성과에 따라 진퇴가 결정되는 전문경영인이 천문학적 투자비용이 들어 장기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과감한 바이오 신규사업은 결정을 피하게 될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결국 바이오 사업에 진출하는 대기업들의 성패는 그룹의 총수가 얼마나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장기적으로 신사업을 뚝심으로 밀어부칠 의지가 있는가에 달려 있다. 요컨대 바이오 신사업 총괄 타이틀은 대기업 총수가 맡는게 대기업 바이오사업 진출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