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에 고통" 법원에 진혜원 "감히 유죄라니"

  • 등록 2021-01-15 오전 8:42:00

    수정 2021-01-15 오전 8:42: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법원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을 사실상 인정하는 판단을 내놓은 가운데,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사법이 돌격대 수준으로 전락한 징후”라고 비판했다.

진 검사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기소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한 별건 판결”이라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재판부의 판단을 나치 돌격대원의 극우 테러와 비교했다.

진 검사는 “독일은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국가사회주의자들인 나치가 돌격대를 동원해 극우 테러를 벌이면서 공산주의자들을 살해하고, 반대파들을 재판 없이 암살하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했다.

이어 “돌격대가 벌이는 극우 테러에 재미를 본 나치는 전국민을 돌격대화해서 유대인들을 재판 없이 학살하기에 이르렀다”며 “100년 전 남의 나라 범죄자들 일인 줄 알았는데 기소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한 별건 판단이라니”라고 덧붙였다.

진 검사는 “대한민국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형사 절차에서 검사의 상대방 당사자가 되는 사람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하도록 구성돼 있고, 궐석 재판은 엄격한 요건 하에서만 허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소되지도 않은 사람(엄격히는 혐의 없음 및 공소권 없음)에 대해, 한 번도 법정에서 본 일도 없는 판사가, 별건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고소인의 진술만으로, 감히 유죄를 단정하는 듯한 내용을 기재했다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가히 사법이 돌격대 수준으로 전락한 징후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기소되지도 않았고, 단 한 번도 그 판사 앞에 출석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판사 앞에서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에 대해, 재판 없는 판결이 허용되는 나라가 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가운데) (사진=진혜원 검사 페이스북)
앞서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A씨의 재판에서 재판부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언급해 이목이 쏠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이날 A씨의 준강간치상 혐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21대 총선 전날 밤, 동료들과 회식을 한 뒤 술에 취한 같은 비서실 소속 직원 B씨를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씨의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을 언급했다.

그동안 A씨는 B씨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라는 점을 거론하며, B씨가 호소해온 정신적 고통은 자기 때문이 아니라 박 전 시장 탓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상담치료 내용 등을 보면 B씨가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건 틀림없는 사실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B씨가 그 이전부터 A씨에 대한 배신감과 스트레스 등을 호소했다며, B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은 A씨의 범행 때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B씨 측은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B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 사건 관련해서 고소를 했지만 법적으로 피해를 호소할 기회를 잃게 됐는데 재판부에서 일정 부분 판단을 해주셨다는 게 피해자에게는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 전 시장이 숨진 뒤 성추행 의혹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고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은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결론 났다.

한편, 진 검사는 지난해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등과 팔짱 낀 사진과 함께 “권력형 성범죄 자수한다. 페미니스트인 제가 추행했다고 말했으니 추행”이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이에 한국여성변호사회는 ‘검사로서 품위 손상’, ‘2차 가해’ 등을 이유로 대검찰청에 진 검사에 대한 징계 요구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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