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각종 신체적 사고의 위협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이 감정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에도 심각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인 ‘소방공무원 인권 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방관의 37.9%가 연구기간 동안 언어적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구급구조 요원들의 경우 81.2%가 감정노동을 경험하고 있다.
제천 참사를 경험한 소방관 4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린다는 통계가 보여주듯 국민의 생명을 위해 일하는 소방관들이 사고 현장 투입 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병의 위험이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감정 노동으로 인한 정서적 피해에 대해서는 제도적 관심이나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경기도 내 34개 소방서에서 정신건강증진 교육을 진행하는 등 소방공무원을 위한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분당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은 최근 김정현 교수, 박혜연 임상심리전문가 연구팀이 나서 소방관의 감정 노동이 소방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이 온라인 설문 조사를 통해 경기도 소방공무원 7,190명을 대상으로 소방관의 정신 질환 및 위험 요인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최근 외상성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소방관 중 감정 노동으로 인한 정서적 고통이 큰 소방관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중 외상성 스트레스 사건을 겪었을 때, 사건 이후 일상적으로 감정 노동 업무에 시달리는 소방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외상성 스트레스 경험과 PTSD 증상 중증도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감정노동의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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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교수는 “소방공무원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감정 노동의 부담을 줄여서 그로 인한 정서적 고통을 감소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감정 노동에 대한 치료적 개입과 함께 119 서비스 수혜자들의 폭언 및 부당한 요구로부터 소방공무원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