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의 아름다운 가수이자 모델, 여배우 하리수는 한 때는, 잘 알려졌듯이, 남성이었다. 1975년 태어난 이경엽은 23세의 나이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2001년 모델 일을 시작한 그녀는 2002년 인천지방법원에서 여성으로서의 법적 정체성를 인정받았고, 주민등록 상의 이름을 이경은으로 바꾸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함으로써 하리수는 한국 사회에 트랜스젠더나 여타 성적문제에 대해 열린 공감대를 형성케 해주었다. 이전까지 한국에선 성적정체성의 문제가 다른 나라의 신기한 뉴스 거리였을 뿐이다.
하리수와 약혼자 미키정(본명 정용진)의 결혼 발표는 열린 세상을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포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결혼은 일반의 미혼 여성들에게는 기가 막힌 고문도구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23세 이상의 미혼, 이혼여성은 좋은 남편을 찾고 있다. 그 까닭은? 그래야 할 것 같아서란다. 내 생각엔 상당수 여성들이 사랑이나 가정을 위해 결혼을 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너 도대체 언제 결혼할래?’하고 대놓고 면전에서 스트레스 주는 사람들을 피해 결혼을 저지른다.
친척, 아는 사람, 동료 등 누구랄 것도 없이 끊임 없이 물어대는 이런 질문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파괴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고문이 따로 없다. 이에 못 이겨 사람들은 결국 원치 않는 선택으로 내몰린다.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삶이 좌지우지된다. 떠밀려 나선 결혼식장, 하지만 마음의 문은 굳게 닫힌 채 배우자를 들이지 못한다.
“나랑 사랑해서 결혼한 거 맞지?”라고 물을 때, 정직한 아내라면 “아니요, 짜증나는 친척들 때문에 결혼했어요”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한국 남자라면 물론 이 같은 상황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을 테니 딱히 문제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인 남자들을 위해서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인 여성들에게 경고문구를 붙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지 모르겠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뒤엔 불행한 사례가 너무 많다.
오랫동안 한국에선 자아성취의 부재나 불행한 결혼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밖으로 터져 나온다. 한국의 이혼율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이르렀다. 수만명의 여자들이 자신은 MBA(Married But Available, 자유부인)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과도한 간섭의 또 다른 결과는 기만이다. 가족중심사회라는 한국에서 적잖은 사람들이 정작 가족들에게 비밀을 숨기고 사는 것 같다. 이런 사실을 접할 때마다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한 여성은 얼마 전 담배를 피우다가 어머니에게 들통이 나 곤경을 치렀다 한다. 15세부터 담배를 피워왔다니,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숨겨온 셈이다.
이 모든 게 하리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 상관관계는 머지 않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미혼여성이라면 적어도 5월 하리수의 결혼 전에는 이런 말을 한 번 이상 듣게 될 것이다. “아니 하리수도 결혼을 한다는데 넌 뭐가 문제길래 못하냐?”
엄마! 야비하게 정말 그럴거야?
그러나 하리수와 미키정의 결혼이 미혼 여성에게 고문도구로 남용된다면, 이들 커플은 또 다른 의미의 선구자가 되어 일부 한국 사회의 닫힌 문화를 개척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입양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보자. 혈통을 이유로 한국에선 입양을 좀처럼 입밖으로 내지 않는다. 입양을 하더라도 매우 은밀하게 진행하거나 심지어 불법입양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이를 낳으러 동네의 개인 병원을 찾은 독신모들은 다음날이면 다른 여자들과 함께 병원을 나서곤 한다. 입양 사실은 그 두 어머니와 남편, 이를 연결해준 의사들만이 알고 있다. 아이조차 입양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하리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다. 그러나 하리수는 공개적으로 입양의사를 밝힌다.
하리수는 “한번은 남자친구에게 아이는 어떻게 할건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선뜻 입양 얘기를 꺼냈어요. 제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몰라요”라고 전하기도 하였다.
이는 다른 이들에게도 많은 의미가 있다.
미키정은 의사나 변호사가 아니다. 그는 래퍼다. 그는 서울대학교나 유명 학부를 졸업한 소위 ‘일등 남편감’은 아니다. 하지만 일등 남편감보다 훨씬 낫지 않은가.
마이클 브린(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 대표이사)
<영어원문>
If Harisu can get married….
The announcement that the celebrity Harisu is to marry is welcome news for sexual minorities, but a disaster for single women.
The beautiful 32-year-old model-singer-actress, as you may know, used to be a man. Born Lee Kyung-yup in 1975, she went at age 23 through what is delicately called gender reassignment surgery. She started modeling in 2001. In the following year, the court in Incheon recognized her as a woman and she changed her legal name to Lee Kyung-eun.
By revealing her story, Ms. Lee-Harisu is her stage name-has expanded open-mindedness in this country where, for many people, transgender and other sexual issues are mysterious foreign phenomen.
But what she and fiancé “Mickey” Jung Yong-jin may not realize is that, as they pioneer a new realm of acceptance, they have created a new exquisite form of torture for heterosexual single women.
Here’s the argument: Most single, and a lot of divorced women, over the age of 23 are looking for a good husband. Why? They feel they have to. For many, I suspect, the real motive is less to actually find a husband than to dodge the sledgehammer-in-the-face question, “When are you going to get married?”
The question, and the way it is endlessly asked by relatives, acquaintances and colleagues, represents a level of intrusion into the personal business of individuals that is very destructive. It becomes a form of Chinese water torture over the years and avoiding it leads people to make choices that, in their hearts, they don’t want to make. Thus, people marry without love and without commitment; thus, they live lives driven by the expectations of others. Feeling pushed, there are doors in their heart that never open to their spouse.
Given this, the Fair Trade Commission might consider applying a warning label on Korean fiancées of foreign men. Of course, if you’re a Korean man, you get no sympathy, because you should have known this all along.
Joking aside, there’s a lot of misery behind this fact.
In old Korea lack of personal fulfillment and marital unhappiness was hidden behind closed doors. But today, it’s breaking out. We have one of the highest divorce rates in the world. There are tens of thousands of women who openly describe themselves as MBAs- married but available.
Another consequence of over-interference is deception. It never ceases to amaze me how Koreans, who are allegedly family-oriented people, keep secrets from their family members. One lady I know recently got into big trouble when her mother caught her smoking. She’s been smoking since she was a student 15 years ago but had successfully hidden it.
So what does this have to do with Harisu?
If you haven’t heard it yet, you will between now and May, when she gets married. It’s the new question: “If even Harisu can get married, why can’t you?”
Ouch! That was a punch below the belt, Mum.
But, if Harisu and Mickey are being used in this way to further torture young women, they are also in another sense among the few pioneers of a narrow path that I expect will become very wide in the next few years.
The more I consider the plight of young Koreans, specifically how they have to fall into step and live lives dictated by the expectations of others, the more I am convinced that Korea needs a revolution. Young Koreans are going to have to start openly rejecting what their parents and elders tell them and independently pursue their own happiness. That’s how it should be and that’s why Harisu and 26-year-old Mickey are revolutionaries.
Take their attitude to adoption, for example. Because of ideas of blood lineage, you don’t mention adoption in Korea. It happens here, but it’s often discreet and even illegal. For example, in small clinics, single mothers check in to have a baby, who will be checked out the next day with another woman. Often, only the two mothers, the other woman’s husband and the doctor, who arranged it, know. Even the children will not be told they are adopted.
Harisu can’t have babies. But she is talking openly about adopting.
“I once asked my boyfriend about how we could have a baby, and he suggested without any hesitation adopting a baby, which meant a lot to me,” she is quoted as having said.
It means a lot to other people, too.
Mickey is not a doctor or a lawyer. He’s a rapper. He didn’t go to Seoul National or some other college that produces desirable husbands. But he seems a better man than many of those who did.
By Michael Breen(The president of Insight Communications Consultants)